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4 -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85



누구한테 잘못했다고 말해야 할까

―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4

 히가시무라 아키코 글·그림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7.2.25. 4500원



  만화책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학산문화사,2017) 넷째 권은 짝꿍을 제대로 사귈 줄 모르면서 서른이라는 나이를 지나 마흔으로 달려가는 길목에 선 아가씨들 모습을 찬찬히 그립니다. 굳이 짝꿍을 사귀어야 하지는 않을 텐데, 이 만화책에 나오는 세 아가씨는 짝꿍이 꼭 있어야 할 듯이 여겨요. 이러면서 처음에는 사로잡히다가 차츰 어딘가 아쉽거나 모자라거나 안 맞는구나 싶은 모습을 느껴요.



“영화 얘기 외에 뭐 싫은 거 있어?” “없어. 상냥하고, 밥도 해 주고, 집도 깨끗하고.” “그럼 참아. 그까짓 거.” (29쪽)


‘그런데 생각났다. 남자와 사귄다는 건 이런 느낌이었지. 상대에게 맞춰 얘기하고, 마음쓰고, 더럽게 따분한 이야기라도 응, 응, 재미있다는 듯 들어주고.’ (35쪽)


“가령 둘이서 휴일에 시간을 내 느긋하게 얘길 나누고 그러면서 마음이 맞아 즐거우면 그날 하루는 행복한 거잖아? 느낌이 오지 않는 남자와 결혼해서 느낌이 오지 않는 대화를 몇 년이고, 몇 십 년이고 이어가는 건 행복한 게 아니잖아.” (55∼56쪽)



  즐거움을 헤아려 본다면, 세 아가씨는 서로 아끼는 동무로 지낼 만합니다. 서로서로 즐거운 동무로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어요. 꼭 남자를 짝꿍으로 곁에 두고서 한집살이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혼자 살아도 되고, 동무들이 함께 살아도 됩니다. 꼭 혼인이라는 틀을 갖추어야 하지 않아요. 사람이 살아갈 적에는 졸업장이 굳이 없어도 될 뿐 아니라, 더 많은 돈을 갖춰야 하지 않거든요. 꿈을 이루는 길에는 혼인이나 졸업장이나 돈이 대수롭지 않아요.



‘우린 대체 누구에게 사과하면 될까. 미래의 나 자신에게 사과하면 되는 건가?’ (71∼72쪽)


‘아아, 난 틀려먹었어. 이 할아버지들보다 더 생각이 낡아빠졌어. 완전히 졌어. …… 이런 작은 기획은 무시하고, 깔보고, 소중한 것을 잊어버린, 천하의 바보야.’ (102, 103쪽)


‘일하자.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사람들 말처럼, 지금 시대는 거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이런 시골 마을의 노인들조차 그런 비전을 갖고 있는데, 난 대체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108쪽)



  어떤 일을 잘못했구나 하고 느낀다면 그날 그곳에서 이렇게 느끼면서 되새기면 됩니다. 잘못해 보는 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치르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예요.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일을 잘했다고 할 적에도 우리 삶에서 겪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잘못했느냐 잘했느냐를 따지려는 삶이 아닌, 날마다 치르거나 겪는 수많은 일이 우리한테 어떤 뜻이나 이야기가 되는가를 돌아보아야지 싶어요. 주눅이 들거나 풀이 죽지 말고, 우리 꿈을 늘 새롭게 되새겨야지 싶어요.



“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당신 이상해. 정상이 아니야. 평범한 젊은 남자가 아니야. 왜 그렇게 자꾸 나한테 상처 주려는 거야?” (148∼149쪽)


“그럼 당신이 직접 전화해. 당신들은 늘 그런 식이야. 나이는 먹을 만큼 먹어서 여자들끼리 몰려다니고, 떠들고. 있는 일 없는 일 온갖 망상을 하고, 흥분하고, 그걸 바탕으로 별 생각도 없이 행동하지. 그래서 나도 경계하는 거야. 이봐. 대체 뭘 위해 나이를 먹은 거야, 당신들. 당신들을 보고 있자면 짜증이 나. 그런 여자와는 연애할 수 없어.” (152∼153쪽)



  수수한 사람도 수수하지 않은 사람도 없습니다. 남다른 사람도 남다르지 않은 사람도 없습니다. 누구나 수수하면서 수수하지 않기 마련이고, 남다르면서 남다르지 않기 마련이에요. 우리가 서로 똑같다면 어떠할까요? 우리가 서로 비슷하거나 같은 대목이 없다면 어떠할까요?


  남이 나한테 생채기를 주는 일이란 없는 줄 알 수 있다면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늘 내가 나한테 생채기를 주는 줄 알아차린다면 스스로 사랑을 슬기롭게 찾아서 즐겁게 누릴 만하지 싶습니다.


  나이를 왜 먹는가,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을 어떻게 마주하려는가, 삶과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여러 가지를 아직 철없는 아가씨들이 아직 철없는 사내들한테 둘러싸인 채 알아내려고 합니다. 2017.7.1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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