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7.9.


아이들이 가고 싶다는 골짜기하고 바다 가운데 골짜기에 가기로 한다. 광주하고 서울을 바람처럼 다녀오느라 몸에서 기운이 많이 빠졌다. 그러나 몸에 새 기운을 담으려고 등허리를 펴면서 마음속으로 파란 거미줄을 그린다. 거미는 저희 집인 줄이 끊어져도 이를 다시 먹어치운 뒤에 새 거미줄을 짠다. 거미가 늘 씩씩하게 새 거미줄을 치듯이 내 몸이 늘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라면서 꿈을 그린다. 이렇게 몸에 새 기운을 넣다가 낮 세 시 무렵 드디어 자전거를 몰아 골짜기를 갈 만하다고 느낀다. 《삐딱한 책읽기》 한 권을 챙긴다. 오늘은 오르막에서 자전거를 끌려고 생각했는데, 막상 멧길을 오르는 길하고 맞닥뜨리니 그냥 훅훅 숨을 몰아쉬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가네. 힘들면 자전거를 끌려고 생각했으나 오르막이 그리 가팔라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기운을 내 본다. 나이가 들수록 외려 오르막이 더 얕아 보인다고 느낀다. 골짝물에 온몸을 담근다. 아이들도 골짝물에 온몸을 담근다. 열흘 남짓 비가 신나게 온 터라 골짝물이 매우 많이 불었다. 두 아이 모두 씩씩하게 자라니, 이제 이쯤 불어난 물쯤은 재미있다. 첨벙첨벙 풍덩풍덩 좋아좋아. 한동안 골짝물에 몸을 담그고서 꿈을 꾸다가 일어난다. 챙겨 온 《삐딱한 책읽기》를 읽는다. 인문사회과학책에 쏠린 삐딱한 책읽기가 흐르는 책이라 할 텐데, 그래도 이러한 책읽기는 나쁘지 않다. 삶을 읽고 사람을 읽으려는 마음이 있으니까. 한 시간 남짓 골짝물을 마주하며 노니 아이들이 춥단다.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시원하게 달린다. 새로운 바람이 된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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