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는 책 2017.6.3.
어제에 이어 다시 군내버스를 탄다. 고흥읍에서 오늘 ‘고흥청정연대’라는 자그마한 모임이 첫발을 떼는 날이다. 고흥이라고 하는 고장이 시골스럽게 푸르며 정갈한 터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작은 힘을 모으려는 날이다. 이 자리에 살그마니 한 손을 거들려는 뜻으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마실을 한다. 두 아이가 모두 아버지를 따라가겠노라 한다. 그러렴. 낮 네 시 이십 분이 봉서마을에서 지나가는 버스를 타기로 한다. 두 아이 모두 땡볕에 제법 먼 길을 아주 씩씩하게 걷는다. 큰아이가 문득 “아버지, 예전에는 여기 걸을 적에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하나도 안 힘들고, 하나도 안 머네?” 하고 말한다. “그럼, 우리 어린이는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고 힘이 붙으니, 이만 한 길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아주 잘 걷는구나. 너희는 참 멋져.” 군내버스를 기다리며 《글쓰기, 이 좋은 공부》를 읽는다. 군내버스를 탄 뒤에도 읽는다. 이오덕 님이 1980년대 첫무렵에 쓴 글쓰기 책이 새롭게 옷을 입고 나왔다. 서른 몇 해를 묵은 글쓰기 길잡이책이라 할 텐데, 글넋을 찬찬히 짚으면서 슬기롭게 읶그는 대목이 아름답다. 글은 꾸미려고 쓰지 않는다는 대목을, 글은 스스로 삶을 밝히는 생각을 살찌우려고 쓴다는 대목을, 마음에 새긴 이야기를 글 한 줄로 풀어내면서 스스로 자란다고 하는 대목을 매우 상냥하면서 너그러이 들려준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