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5.31.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길목을 청주로 삼아 본다. 청주에 있는 마을책방에 들러서 《언어의 온도》를 장만하여 읽는다. 말이 얼마나 따스할 수 있느냐를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할 텐데, 첫머리에 나오는 전철 할매 할배 이야기 뒤로는 결이 좀 무디어지는구나 싶다. 우리가 짓는 이야기라면 스스로 마음에서 길어올리는 이야기가 있을 테고, 이웃을 지켜보면서 깨닫는 이야기가 있을 텐데, 이 대목을 조금 더 가누면서 다스리면 좋을 텐데 싶다. 글 사이사이에 굳이 안 써도 될 만한 한자를 자꾸 집어넣은 대목도 아쉽다. 글쓴이가 좋아서 쓰는 한자일 테지만, 읽는이를 헤아린다면 ‘굳이 왜?’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결 쉬우면서 부드럽게 풀어낼 만한 글월이지만, 한 꺼풀을 씌우면서 껍데기가 생긴다고 할까. 우리가 따스하다고 느끼는 말은 겉치레가 아니듯, 굳이 한자로 겉치레를 하지 말고, 시골 할매나 할배가 사근사근 속삭일 만한 말마디로 여미어 주면 좋으리라. 땅을 밟고 풀을 어루만지고 아이를 품으며 바람을 마시다 보면 사람들 누구나 저절로 따사로운 숨결이 되리라 본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