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5.24.


대전으로 가는 길. 가방에 책을 세 권 챙긴다. 마실길에 몇 차례 끌고 나온 《우리말 소반다듬이》를 다시 챙겼다. 이 책은 퍽 더디 읽는다. 잘 안 읽히기 때문이다. 왜 잘 안 읽히는가 하고 헤아려 본다. 글쓴이 권오운 님이 한국 소설가 글을 요모조모 살피면서 따지는데, 잘못을 꼼꼼하게 짚어내는 대목이 재미없어서 안 읽히지는 않는다. 소설가 나름대로 알맞게 살리거나 새롭게 살리는 대목이 틀림없이 있는데, 이 같은 대목을 너무 ‘사전 틀에만 맞추어’서 나무라는 이야기가 자꾸 흐르고, 권오운 님 스스로 군말을 많이 한다. 잘못 쓴 글을 바로잡아 주면 될 텐데, 글을 잘못 쓴 이를 너무 비아냥댄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나한테도 있었지. 나도 한때는 ‘글을 엉터리로 쓰거나 엉성하게 쓴 사람’을 이래저래 비아냥거린 적이 있다. 지난날 내가 다른 사람들 글을 꼬집으면서 군더더기로 붙인 비아냥이나 손가락질은 오늘 내가 다시 보아도 재미없을 뿐 아니라 부끄럽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이 대목을 잘 몰랐다. 이제서야 새삼스레느낀다.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 있으리라. 소설가로서는 ‘한국말을 제대로 안 배워서 한국말을 너무 엉터리로 쓰거나 엉성하게 쓰는 일이 잦다’면, 나처럼 한국말사전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은 ‘한국말을 엉터리로 쓰거나 엉성하게 쓰는 이를 너무 따갑게 나무란다’고 할 만하다. 좀 부드럽고 귀엽게 짚어 주어도 되고, 좀 상냥하고 재미나게 알려주면 훨씬 낫겠지.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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