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빨래터에서 읽는 책 2017.5.17.


강원도 영월에서 도서관으로 마실을 온 손님이 있다. 도화면 소재지에서 논둑길을 따라 걸어오셨단다. 영월은 읍내에도 나무가 우람하게 자라서 그늘을 드리울 만큼 멋진 고장이다. 이와 달리 고흥은 읍내나 면소재지나 마을이나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이 뙤약볕이다. 조용하며 호젓한 들길이기는 하되 오월볕은 제법 뜨겁다. 그래도 이 들길을 즐거이 걸어오셨으리라 생각하면서 반가이 맞이한다. 두어 시간 남짓 도서관에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살피니, 마을 어귀 빨래터에 물이끼가 많이 번졌다. 두 아이는 집에서 얼음과자를 하겠다며 부산을 떤다. 혼자서 빨래터로 나와서 솔로 물이끼를 벅벅 벗긴다. 모든 물이끼를 벗겨내고 빨래터랑 샘터를 다 치울 즈음 두 아이가 깔깔거리며 빨래터로 온다. 일을 마저 끝내고 손발을 씻고서 빨래터 담벼락에 걸터앉아서 발을 말린다. 작은아이는 신을 꿴 채 물이 조금씩 차는 빨래터를 첨벙청범 걸으며 논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고양이 그림일기》를 백 쪽 남짓 읽는다. 풀하고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분이 적바림한 ‘고양이 일기 + 그림일기’가 “고양이 그림일기”로 태어났다. 조금 더 쉬운 말을 골라서 쓰면 좋았을 텐데 싶다. 아무튼 고양이랑 풀을 좋아하는 마음이 글마다 그림마다 물씬 묻어난다. 빨래터 담벼락에 걸터앉아 더 읽으려다가 팔다리가 쑤셔서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집에서 좀 드러누워 허리를 펴려다가 두 아이가 배고파 하기에 바로 저녁을 짓는다. 아이들은 신나게 노느라 씩씩하다면, 어버이는 머리띠 질끈 동여매고 저녁까지 지어서 차리고서야 허리를 펴니 참으로 씩씩하다.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