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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그냥 내버려 둬! - 환경 사랑 이야기
다비드 모리송 글.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35
핵폐기물을 우주에 버려도 될까요?
― 숲을 그냥 내버려 둬!
다비드 모리송 글·그림
편집부 옮김
크레용하우스 펴냄, 1998.7.30. 1만 원
《숲을 그냥 내버려 둬!》(크레용하우스 펴냄)라는 그림책이 한국말로 나온 지 스무 해입니다. 이 그림책이 처음 나온 1998년 무렵을 떠올립니다. 그무렵에도 숲을 고이 살리거나 가꾸자고 하는 목소리가 틀림없이 있었지만, 힘이 작고 낮았습니다. 숲살림보다는 삽차와 시멘트를 앞세운 개발이 넘쳤습니다. 숲쯤 가볍게 밀고 도시를 키우는 흐름이 드셌습니다. 흙살림보다는 공장에서 찍는 물건을 내다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흐름이 짙고 깊었어요.
오늘날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는 이제 숲살림을 말할 만할까요. 도시 키우기를 이제 끝낼 수 있을까요. 밥살림이 태어나고 싱그러운 바람이 피어나는 시골을 살리는 길을 열 수 있을까요. 삽차를 앞세운 개발이 아니라, 호미랑 낫이랑 쟁기로 천천히 가꾸는 흙살림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도시에서는 마을텃밭이나 마을숲을 꿈꿀 수 있을까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헤아려 보아야지 싶어요. 바로 핵발전소입니다. 우리는 언제쯤 핵발전소를 멈출 수 있을까요.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비롯한 수많은 쓰레기를 언제쯤 그만 만들 수 있을까요. 커다란 발전소를 짓느라 ‘커다란 발전소가 들어서는’ 시골부터 ‘수많은 사람이 사는’ 도시까지 촘촘하게 송전탑을 언제쯤 그만 박을 수 있을까요.
플라스틱 병, 비닐 봉지, 건전지, 알루미늄 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물건들이지. 그런데 잠깐만! 이게 뭐지? 끈적끈적한 보라색 물이 쥐돌이 얼굴에 튀었어. “오염물질인가? 걱정할 것 없어! 멀리 가져가 버리면 돼.” (5∼6쪽)
그림책 《숲을 그냥 내버려 둬!》는 “No problem!”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왔습니다. “걱정 없어”나 “문제 없어”라는 소리인데, 이 그림책에 나오는 ‘쥐돌이’는 플라스틱이며 비닐이며 알루미늄이며 실컷 쓰면서 발명품을 내놓으려고 애씁니다. 이러면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더러운 것(오염물질)’이 나오지요.
새 발명품에만 마음을 쓰던 쥐돌이는 발명품을 멋지게 선보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더러운 것(오염물질)’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그냥 멀리 내다 버리면 되리라 여깁니다.
이는 우리 모습하고 닮아요. 우리도 쓰레기를 그냥 버려요. 핵발전소를 그냥 돌리면서 핵폐기물을 그냥 쟁여요. 이 핵폐기물에서 방사능이 사라지기까지 수만 수십만 해가 걸린다고 하면서도, 막상 이를 걱정하지 않아요. 참말로 “No problem!”이라 하지요.
그런데 여길 좀 봐! 꽃이 죽어 버렸어. “오염물질 때문이야. 어떻게 하지? 걱정할 것 없어! 더 멀리 가져가 버리면 돼. 물 속을 다니는 잠수정을 만들 거야. 잠수정에 오염물질을 싣고 가서, 아주 깊고 깊은 바다 속에 내버리고 올 거야.” (8∼13쪽)
그림책 《숲을 그냥 내버려 둬!》에 나오는 모습은 우리 어른들이 벌인 몸짓하고 똑같습니다. 이 가운데 핵발전소를 넌지시 나무라는 줄거리라고 할 만합니다.
핵폐기물을 드림통에 담아서 바다에 버린 나라가 많습니다. 핵폐기물이 아니더라도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나라가 많아요. 요즈음 한국은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요. 이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날아오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생기기도 해요. 한국에 있는 수많은 공장에서 미세먼지가 태어나요. 한국에 있는 드넓은 찻길을 달리는 엄청난 자동차에서 미세먼지가 태어나요. 한국에 있는 어마어마한 아파트에서 미세먼지가 태어나요.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생각해 봐요.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는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태어날 텐데, 한국을 비롯한 지구 여러 나라에서 쓰는 수많은 물건(공산품)은 중국에서 만들어요. 우리가 공산품 ‘소비’를 멈추지 않으면 중국은 자꾸자꾸 새 물건을 공장에서 찍어낼 테고, 우리는 앞으로 더 모질고 끔찍한 미세먼지에 시달려야 해요. 미세먼지뿐 아니라 모래바람에도 시달려야 할 테고, 중국 앞바다가 더러워지면 이 더러움은 한국 앞바다로 곧장 퍼져요. 일본에서 핵발전소가 터진 뒤 ‘일본에서 날아올 방사능’을 걱정한 한국인데, 어느 한 나라에 있는 핵발전소나 공장은 그 나라만 더럽히거나 망가뜨리지 않아요. 이웃에 있는 여러 나라를 함께 더럽히거나 망가뜨려요.
그런데 잠깐만! 오염물질이 쥐돌이보다 더 빨리 숲으로 돌아와서 땅 밑으로 스며들고 쭉쭉 뻗어나가, 나무도 풀도 모두 병들고, 숲 속 친구들은 전부 다 숲을 떠나고 있어. “오염물질이 돌아왔어. 어떻게 해야 하지? 걱정할 것 없어! 아주아주 멀리 가져가 버리면 돼. 하늘을 나는 로켓을 만들 거야. 로켓에 오염물질을 싣고서, 아주아주 먼 달나라로 가져다 내버리고 올 거야!” (14∼19쪽)
“숲을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는 그림책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숲을 그대로 두어야 숲은 숲다울 수 있습니다. 숲에 쓰레기를 파묻거나 내다 버리면 숲은 망가집니다. 바다는 바다 그대로 두어야 바다다울 수 있어요.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면 바다는 망가집니다.
핵발전소는 핵폐기물을 비롯해서 열폐수(온배수)를 내보냅니다. 핵물질을 태우면서 ‘눈에 안 보이는 연기’가 나옵니다. 핵발전소 터는 발전소가 목숨을 다한 뒤에 어마어마한 시멘트 쓰레기하고 방사능 쓰레기에 뒤덮인 채 아무것에도 못 쓰고 맙니다.
우리가 스무 해 앞서 일찌감치 핵발전소를 멈추었다면 지난 스무 해 동안 더디어도 한 걸음을 슬기롭게 내딛을 만했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이제라도 핵발전소를 멈출 줄 안다면, 대단히 늦기는 했어도 이제부터 슬기로운 길을 찾는 아름다운 나라로 가꿀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핵폐기물을 비롯한 쓰레기는 어디에도 파묻을 수 없고, 불태운대서 사라지지 않아요. 우주에 내다 버리려 한들 지구가 깨끗하거나 걱정없을 수 없어요. 미루지 말고 생각해야 해요. 미루지 말고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핵발전소를 멈추는 일뿐 아니라, 이제는 삶을 살리는 길, 흙이며 숲을 살리는 길, 사람을 살리는 길, 어린이를 살리는 길, 온누리를 함께 살리는 길을 생각하고 찾아야 합니다. 2017.5.1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