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봉인 封印
서류 봉투를 봉인하다 → 서류 봉투를 싸매어 도장을 찍다
봉인된 과거 → 묶어 둔 지난날 / 꾹 눌러 둔 지난날
봉인을 해제하다 → 감춘 것을 풀어놓다 / 눌렀던 것을 풀다
봉인된 말 → 묶인 말 / 감춰진 말 / 잠긴 말
봉인된 진실 → 숨겨진 진실 / 감춰진 속내
‘봉인(封印)’은 “1. 밀봉(密封)한 자리에 도장을 찍음 2. [법률] 형체가 있는 동산에 대하여 그 모양을 바꾸지 못하도록 처분으로서 날인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법률에서 쓰는 말마디는 아무래도 쓸 수밖에 없을 텐데, 이 말뜻에 빗대어 “봉인된 과거”나 “봉인된 말”처럼 쓰는 자리는 곰곰이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이때에는 ‘묶다’나 ‘누르다’나 ‘감추다’나 ‘숨기다’나 ‘잠기다’로 손볼 만해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 봉금·봉새·인봉”처럼 비슷한말을 싣는데, 이런 한자말은 따로 안 실어도 될 만하지 싶어요. 법률말로 쓰려면 ‘봉인’ 한 마디면 되니까요. 이밖에 한국말사전은 ‘봉인(奉引)’을 “손윗사람을 받들어 인도함”으로 풀이하면서 싣는데, 이 낱말은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2017.4.27.나무.ㅅㄴㄹ
내가 마신 건, 사진을 찍어내듯 소중하게 말려져 봉인된 기억들이었어
→ 내가 마신 건, 사진을 찍어내듯 알뜰하게 말려서 담은 기억들이었어
→ 내가 마신 건, 사진을 찍어내듯 살뜰하게 말려서 묻은 얘기들이었어
《조주희-키친 4》(마녀의책장,2010) 48쪽
당분간 봉인해 둘게
→ 한동안 묶어 둘게
→ 한동안 잠가 둘게
→ 한동안 안 꺼낼게
《토리야마 아키라/정은서 옮김-은하패트롤 쟈코》(서울문화사,2015) 197쪽
그 얘기는 봉인해 두려고 한다
→ 그 얘기는 묻어 두려고 한다
→ 그 얘기는 숨겨 두려고 한다
→ 그 얘기는 안 꺼내려고 한다
《이시키 마코토/양여명 옮김-피아노의 숲 26》(삼양출판사,2016) 159쪽
여러 방식으로 겹겹이 봉인했지만
→ 여러 가지로 겹겹이 묶었지만
→ 여러 가지로 겹겹이 싸맸지만
→ 여러 가지로 겹겹이 감췄지만
《김탁환-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돌베개,2017) 14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