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49] 보릿자루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아무 말이 없는 사람이 있어요. 마당이나 길이나 방바닥을 깔끔하게 하려고 빗자루를 손에 쥐고 쓸어요. 쓰레질을 하는 노릇을 톡톡히 하는 빗자루처럼 겉보기는 수수해도 똘똘하거나 당찬 사람이 있습니다. 생김새는 같은 ‘자루’이지만 쓰임새는 다른 자루예요. 하나는 천으로 짜서 물건을 담는 일을 하고, 다른 하나는 손잡이 노릇을 해요. 여기에 또 한 가지 자루가 있으니 ‘연필 자루’예요. 연필처럼 길쭉한 것을 ‘자루’라는 이름으로 나타내지요. 칼 한 자루, 호미 두 자루, 삽 석 자루, 도시 넉 자루처럼 써요. 보릿자루는 보리를 담은 자루이니, 쌀을 담으면 쌀자루예요. 밀을 담으면 밀자루요, 콩을 담으면 콩자루일 테지요. 돈을 담아 돈자루이고, 책을 담아 책자루랍니다. 무엇이든 담는 자루인 터라,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는 ‘이야기자루’도 있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웃음자루’나, 노래가 술술 흐르는 ‘노래자루’도 있어요. 따사로운 마음을 ‘마음자루’에 담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즐겁게 이루고 싶은 꿈을 ‘꿈자루’에 차곡차곡 담아 봐요. 2017.4.1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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