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글을 빨리 치는가
나는 셈틀로 글을 꽤 빨리 친다. 대단히 빨리 치지는 않으나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을 내 깜냥껏 빨리 칠 수 있다. 몇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옆에 앉아서 거의 다 토씨 하나 안 빠뜨리면서 칠 수 있기도 하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글을 꽤 빨리 칠 수 있었는가? 오늘 문득 떠올리니, 나는 처음부터 글을 잘 치거나 빨리 치지 않았다. 1995년에 군대라는 곳에 끌려가면서 비로소 ‘셈틀로 글을 빨리 잘 치기’를 익혔다. 그러면 군대에서 셈틀을 만졌다는 뜻인가? 아니다. 나는 훈련병 무렵부터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으면 하늘에 글판을 그려서 손가락으로 하늘에 대고 글을 치는 놀이를 했다. 그저 멍하니 경계근무를 선다든지 꼼짝을 못하고 앉아서 정신교육을 받아야 한다든지 대대장이나 중대장 지시사항 따위를 들어야 한다든지 이럴 적에, 밤에 잠자리에 들려고 누울 적에, 으레 ‘하늘에 대고 글판질’을 했다. 속으로는 노래를 부르며 이 노랫가락 빠르기에 맞추어 신나게 손가락을 놀렸다. 이렇게 이태를 하니 군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 내 글판질은 매우 빠르면서 거의 빈틈이 없는 손놀림이 될 수 있었다. 군대를 마친 뒤에는 곧장 신문배달 일을 하느라 신문사지국에서 먹고 잤는데, 이때 나한테 셈틀이 없었기에 ‘우체국에 가서 PC단말기’로 글을 치기도 했는데, 아주 짧은 겨를에 재빨리 글을 써서 올려야 했기에 이러면서 저절로 몸에 글판질이 착 달라붙었다. 2017.4.1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