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슬란 전기 6 - 만화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다나카 요시키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97



‘핏줄’이 아닌 ‘따스한 슬기’여야 할 우두머리

― 아르슬란 전기 6

 타나카 요시키 글

 아라카와 히로무 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7.2..25. 5500원



  한국에서 2017년에 새로운 물결이 일었습니다. 아마 한국처럼 이런 물결이 이는 나라도 지구별에서는 드물리라 생각해요. 한때 독재 권력자가 새마을운동이라는 물결로 사람들 머릿속을 휘저었고, 한때 남북녘이 서로 미워하며 총칼로 죽이는 물결이 일었으며, 한때 축구 하나로 온누리에 붉은 물결이 일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런 물결하고는 사뭇 다르게 독재 권력자 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촛불 물결이 일기도 했습니다.



“원한으로 따지면 그대보다 내가 더 먼저일 걸세.” “어떤 원한인데?” “나를 돌팔이 화가라고 불렀거든.” (36쪽)


“죄 없는 파르스 백성의 마을을 불태우고, 엑바타나를 혼란에 빠뜨린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오?” “정통한 왕위를 되찾기 위해 필요한 의식이었다! 곧 가면을 벗고 정통한 왕 히르메스가 루시타니아로부터 파르스를 해방할 것이다!” (43쪽)



  한때 한겨레는 총칼을 두려워했습니다. 총칼을 두려워하면서도 서로서로 총칼을 겨누어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총칼이 무엇인가를 차츰 깨닫다가는 굳센 너울로 거듭나서 따사로운 촛불이라는 새로운 너울이 되기도 해요.


  촛불이 무너뜨린 것은 독재 권력자 한 사람만이 아니라고 느껴요. 우리 마음속에 모든 일은 우리 작은 손으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일으켰구나 싶어요. 남이 해 주어야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하는 일이라는 대목을 일깨웠지 싶어요. 남한테 기대는 마음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일어서는 마음을 세웠다고 느껴요.


  이러한 흐름을 돌아보면서 만화책 《아르슬란 전기》(학산문화사,2017) 여섯째 권을 읽습니다. 어느덧 여섯째 권에 이르는 이 만화책은 ‘핏줄’ 이야기를 다룹니다.



“설령 파르스 왕가의 피를 잇지 않은 자라 해도 선정을 베풀고 백성의 지지를 얻는다면 어엿한 샤오일 것이오! 달리 또 무슨 자격이 필요하단 말이오!” (47쪽)


“왕자님은 나 같은 아랫것까지 걱정을 다 해 주네.” “그런 분이시지.” (84쪽)



  ‘아르슬란’은 임금 핏줄 가운데 ‘적통’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리하여 스스로 ‘적통’이라고 일컫는 이가 군대를 일으켜 숱한 마을을 불사르면서 ‘적통 임금’이 되겠노라 하고 외칩니다. 이런 외침을 들은 적잖은 이들은 이 ‘적통 권력자’ 둘레에 모여듭니다. 그러나 이이 둘레에 모이지 않는 몇몇 이들은 아르슬란 곁에 있습니다. 아르슬란 곁에 있는 이는 ‘핏줄’이 아닌 ‘따스한 슬기’로 나라를 다스리려고 하는 작고 여린 임금을 모시려 합니다.



“나르사스처럼 똑똑한 사람이 왜 그런 것도 모르지?” “그럴지도 모르지. 허나 그대의 나르사스라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네.” (98쪽)


“하물며 전하 자신은 이 사정이나 비밀에 아무 책임이 없지 않으신가.” “그렇군. 자네에게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지 … 자네라면 이해할 테지만, 전하는 부하에게 질투라는 것을 하지 않으시지.” (173쪽)



  위가 있기에 아랴가 있습니다. 아래가 없다면 위가 없겠지요. 거꾸로 위가 없으면 아래도 없을 테고요. 서로 동무가 되고 이웃이 된다면 위아래로 나뉘지 않습니다. 서로 손을 맞잡아 동무나 이웃으로 지낸다면 평화롭습니다.


  온누리에서 불거지는 모든 전쟁은 서로 동무나 이웃으로 여기지 않은 탓입니다. 너랑 내가 동무나 이웃이 아니기에 전쟁무기를 손에 쥐고 맙니다. 너랑 내가 미움으로 가득하니 싸우고야 말아요.


  아무리 ‘적통이라는 핏줄 임금’이라 하더라도 위아래를 갈라서 권력을 휘두른다면 이이는 안 아름답습니다. 나라를 이끌 사람이라면, 마을을 이끌 사람이라면, 또 한 집안을 이끌 사람이라면 ‘핏줄’이 아닌 ‘사랑’이 있을 노릇이에요. 오직 따스한 마음과 슬기와 사랑일 적에 집안도 마을도 나라도 이끌 만합니다. 사랑이 없는 곳에는 미움과 싸움만 있겠지요. 사랑이 없는 곳에는 새로움도 넉넉함도 즐거움도 피어나지 못한 채, 그저 싸움이랑 다툼이랑 겨룸만 판치겠지요. 2017.4.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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