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의 고양이 - 동물들을 마지막까지 지켜주고 싶습니다
오오타 야스스케 지음, 하상련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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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읽기 350



후쿠시마를 되새기며 ‘탄핵’ 다음은 ‘탈핵’

― 후쿠시마의 고양이

 오오타 야스스케 글·사진

 하상련 옮김

 책공장더불어 펴냄, 2016.4.22. 1만 원



  2011년을 가만히 떠올립니다. 이해에 우리 식구는 전남 고흥이라는 고장으로 살림터를 옮겼습니다. 도시를 떠나 전남 고흥이라는 시골에 살림터를 새로 움틀 적에 여러 가지를 살폈어요. 공장이나 고속도로나 골프장이 없는 고장을 살피기도 했지만, 한국에 있는 핵발전소하고 멀리 떨어진 고장을 살피기도 했어요.


  핵발전소가 아니어도 무시무시하다 싶은 시설이나 건물이 한국 곳곳에 많습니다. 전남 고흥은 동녘이나 서녘에 있는 핵발전소가 ‘꽝 하고 터질 적’에 ‘위험 대피 구간’에 들지 않는 하나뿐인 곳이었어요. 위성지도로 이 대목을 알아보고 난 뒤에 고흥에 깃들자고 다짐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둘레에 하면 예전에는 그냥 웃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뭘 그렇게 따져?’ 하는 눈치였어요. 일본에서 핵발전소가 터질 줄은, 게다가 핵발전소가 터지니 그렇게 끔찍한 일이 일어날 줄은, 더욱이 그 손길이 일본에 그치지 않고 한국으로도 넘어오는 줄 헤아린 사람은 퍽 드물었지 싶어요. 요즘에는? 요즘에는 ‘후쿠시마에서 큰일이 터진 줄 잊은’ 분이 꽤 많지 싶습니다.



 그날(2011년 6월) 나는 원전으로부터 10킬로미터 떨어진 도미오카에서 개,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던 길에서 작업복 차림의 무뚝뚝한 표정의 남자와 딱 마주쳤다. 바로 마츠무라 씨였다. 당시 그곳은 피폭 위험이 아주 높아서 머무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츠무라 씨는 그곳에 홀로 남아 사람들이 피난 가면서 남겨진 개와 고양이를 찾아다니며 밥을 챙기고 있었다. 또한 상업적 가치가 없어져서 살처분당하기만을 기다리는 소들도 데려와서 돌봤다. (6쪽)



  《후쿠시마의 고양이》(책공장더불어,2016)라는 작은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은 오오타 야스스케라는 분이 글하고 사진으로 엮었습니다. 2011년 3월에 일본에서 무시무시하고 슬픈 일이 터진 뒤에 마주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오타 야스스케라는 분은 2011년 유월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얼마 안 떨어진 데에서 ‘버려진 개하고 고양이’한테 밥을 주었다고 해요. 이때에 마츠무라라는 사내를 만났고, 이 사내는 후쿠시마 둘레에서 ‘버려진 수많은 짐승’을 거두면서 돌보았다고 해요. 방사능 때문에 무시무시하다고 하는 곳에서 방사능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사람이 버린 짐승’ 곁에 머물며 홀로 조용히 살았다고 합니다.


  사람도 짐승도 사랑받을 숨결이라고 여긴 마츠무라 씨라고 합니다. 사람도 짐승도 똑같이 아름다운 목숨이라고 여긴 마츠무라 씨라고 해요. 오오타 야스스케라는 분은 이런 마츠무라 씨를 처음 만난 뒤 이이가 후쿠시마 한복판에서 길도 집도 사랑도 잃은 크고작은 짐승을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글로 남깁니다.



동물을 버린 사람들은 모른다. 버려진 동물들이 어떻게 되는지. 그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만 보건소로 간 동물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하지만 네 마리 새끼 고양이는 살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보호시설의 자원봉사자가 새끼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입양자를 찾던 중 알고 지내던 마츠무라 씨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불쌍하네.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17쪽)



  《후쿠시마의 고양이》라는 작은 책에는 ‘후쿠시마 고양이’를 비롯해서 ‘후쿠시마 개’나 ‘후쿠시마 소’나 ‘후쿠시마 타조’나 온갖 짐승이 나옵니다. 이들 짐승은 한때 사람한테서 사랑받았습니다. 이들은 한때 ‘사람이 먹을 고기’로 여겨 커다란 우리에서 지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가 터지고 무서운 바람이 휩쓸자 그만 사람들은 죽기도 했고 떠나기도 했는데, 이때에 수많은 짐승은 보금자리이며 먹이가 없이 죽음만 기다려야 했다고 해요.


  사람 살기에 바쁘니 짐승은 죽음수렁에 그대로 내버려둘밖에 없을 수 있어요. 사람은 살려도 짐승은 위험하니 짐승은 모두 죽여야 한다고 여길 수 있어요.


  한국을 돌아보면 조류독감이나 어떤 돌림병이 퍼질 적마다 수많은 소나 닭이나 뭇짐승이 수없이 죽습니다. 산 채로 땅에 파묻힙니다. 무서운 병이 퍼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은 알 만합니다만, 참으로 아무렇지 않게 수만 수십만 수백만 ‘고기짐승’이 산 채로 파묻혀서 죽음길로 갑니다.



인간도 동물도 같은 생명이다. 하지만 가축의 생명은 다르다. 인간을 위한 식재료가 될 때는 그나마 의미가 있지만 방사능에 피폭이 되어 먹을 수 없게 되자 ‘아무 의미도, 아무 필요도 없게’ 되어 버렸다. (70쪽)



  소나 돼지나 닭은 ‘식재료’, 이른바 ‘먹을거리’일 뿐일까 궁금합니다.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짐승을 그저 먹을거리로만 바라보면 될는지 궁금합니다. 이러면서 몇몇 짐승을 놓고서는 귀염둥이로 여기면 될는지 궁금합니다.


  남새나 열매는 무엇일까요? 능금나무나 배나무나 복숭아나무는 오직 사람한테 먹을거리를 내어주는 목숨일 뿐일까요? 방사능에 더러워졌으면 수많은 열매나무도 모조리 베어서 태우면 될까요? 농약에 찌든 남새나 곡식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다른 나라에서 사들이는 수없이 많은 열매나 남새나 곡식은 농약을 비롯해서 방부제나 온갖 화학약품을 뒤집어쓰는데, ‘먹을거리·푸나무’라는 얼거리에서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좋을까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던 초기 상태로 되돌리고 싶어한다. 한마디로 ‘리셋’하고 싶은 것이다. 단번에 모든 동물을 깨끗하게 없애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복원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97쪽)



  핵발전소가 터진 자리에서 방사능 기운이 사라지려면 끔찍하도록 긴 나날이 흘러야 합니다. 일본은 소련과 미국에 이어 핵발전소가 터지는 무서운 일을 겪었습니다. 핵발전소가 있는 어느 나라는 일본 후쿠시마를 지켜보면서 이제 핵발전소는 더 짓지도 말고 그대로 두지도 말아야겠다고 정책을 바꿉니다. 또 어느 나라는 핵발전소를 그냥 더 늘리거나 모두 그대로 두려는 정책을 잇습니다.


  한국은 앞으로 어느 길을 가는 나라가 될까요? 한국은 일본 바로 옆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지켜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한국 사회는 ‘탄핵’ 다음으로 ‘탈핵’에 나설 수 있을까요? 그리고 탄핵에 뒤이어 탈핵으로 나아가는 길에 핵발전소나 핵폐기물처리장뿐 아니라 수많은 대형발전소와 송전탑과 군부대와 전쟁무기를 바로볼 수 있을까요?


  여기에 ‘후쿠시마에 남겨진 짐승’을 바라보는 눈썰미를 키울 수 있을까요? ‘조류독감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짐승’을 바라보는 눈매는 어떻게 다스릴 만할까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들, 잃은 소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친다면 어떤 살림이 될는지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송전탑 둘레에서, 폐기물처리장 둘레에서, 대형발전소 둘레에서, 핵발전소 둘레에서, 그리고 숱한 농약과 항생제와 방부제와 화학약품이 물결치는 곳 둘레에서, 사람들이 앓고 아프며 괴롭습니다. 한국 사회는 언제쯤 이 굴레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삶터와 마을과 나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2017.3.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사진책 읽기)


* 이 글에 붙인 사진은 책공장더불어 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어서 고맙게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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