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
‘인문책’을 읽는 어른들 책모임에서 으레 ‘중·고등학교 추천도서 목록’ 같은 책을 뽑아서 읽기 마련입니다. 이 같은 책들이 나쁜 책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이 추천도서라든지 수많은 인문책은 틀림없이 좋은 책이라고 느낍니다. 다만 책과 인문으로 사회를 읽거나 사람을 읽거나 삶을 읽는다고 할 적에는, 또 사랑을 읽고 숲을 읽으며 슬기를 읽는다고 할 적에는, 좀 달리 생각해 보아야지 싶어요. 우리는 《하이디》라는 고전으로 사회와 사람과 삶과 숲과 살림을 모두 슬기롭게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플란다스의 개》라는 고전으로 사람과 삶과 그림과 꿈과 사랑을 슬기롭게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삐삐》 꾸러미로 기쁨과 놀이와 꿈과 이야기와 동무를 사랑스레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꼬마 옥이》라는 고전으로 역사와 문화와 노래와 가난과 시골과 사랑을 고이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닐스의 신기한 모험》이라든지 《마녀 배달부 키키》라든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든지 《우주 소년 아톰》이라든지 《피노키오》라든지 《메리포핀스》 꾸러미 같은 고전도 있어요. 바바라 쿠니라든지 윌리엄 스타이그라든지 닥터 수스 같은 고전도 있지요. 가만히 보면 권정생도 고전이 될 수 있어요. 김유정이나 현덕이나 현진건도 고전이 될 테지요. ‘고전’이란 서양 문학책이나 서양 인문책이 아닙니다. 오래오래 읽고 사랑하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기에 고전이에요. 아이들을 곁에 앉히고 두고두고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고전입니다. 2017.3.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