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모네 탐정단 개똥이네 책방 31
김하연 지음, 신가영 그림 / 보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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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65



탐정놀이보다 동무들이 더 좋아

― 날아라 모네 탐정단

 김하연 글

 신가영 그림

 보리 펴냄, 2017.1.25. 13000원



  ‘탐정’이란 무엇일까요?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요? 탐정이나 추리소설은 어떻게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어른들까지 사로잡을 만할까요? ‘탐정(探偵)’은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해요. ‘추리소설(推理小說)’은 “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주된 내용으로 하며 그 사건을 추리하여 해결하는 과정에 흥미의 중점을 두는 소설”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탐정이나 추리소설은 ‘숨겨진 범죄 사건’이 있어야 나옵니다. 탐정은 범죄를 숨긴 이들을 몰래 좇아서 속내를 밝히는 일을 하고, 추리소설은 끔찍한 범죄를 낱낱이 드러내는 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제가 어릴 적에 추리소설을 읽을라 치면 어른들은 몹시 안 좋아했어요. 그런 책을 왜 읽느냐 묻고, 제발 그런 책 말고 다른 책을 읽으라 했어요. 이러한 말을 들을 적마다 대꾸를 못하고 마음으로만 생각했어요. 신문이나 방송에는 으레 사건·사고 이야기가 넘쳐요. 어른들은 신문이나 방송으로 늘 범죄나 숱한 사건 이야기를 살피지요. 이러면서 왜 아이들한테는 추리소설을 못 읽게 하는지 아리송했어요.



아빠는 주말마다 나를 서울 곳곳의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다. 아빠는 추리소설을 읽고, 나는 옆에서 어린이 판으로 다시 쓰인 추리소설을 읽었다. 수수께기 같은 범죄 사건,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애태우는 범인, 여러 단서를 짜 맞춰 결국 멋지게 사건을 풀어내는 명탐정! (9쪽)


우람이가 자기 배를 쓰다듬으며 투덜거렸다. “야, 너 어려운 말 좀 쓰지 마. 그러니까 ‘현장’이 이 화단을 말하는 거지?” (28쪽)



  김하연 님이 글을 쓴 《날아라 모네 탐정단》(보리,2017)은 초등학교 어린이 넷이 ‘탐정단’을 꾸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네 아이가 꾸린 탐정단에 붙인 ‘모네’는 네 아이가 태어난 병원(산부인과)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탐정단을 꾸리자는 이야기는 한 아이가 말했고, 다른 세 아이는 썩 내켜 하지 않아요. 세 아이는 탐정단에는 그리 마음이 없습니다. 세 아이는 ‘서로 사이좋은 동무’이기 때문에 다른 한 아이가 하자는 탐정단을 그저 함께할 뿐이에요. 한 아이는 아버지가 추리소설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아버지한테 많이 물들었다고 할 만해요. 아버지를 좋아하기에 아버지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을 덩달아 좋아했다고 할까요.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제껏 쪽지를 받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에서 쪽지를 받을 정도로 친한 애도 없었거니와, 아이들은 전교 부회장한테는 쪽지를 돌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아무도 내게 쪽지를 건네주지 않았다. (80∼81쪽)


가시오갈피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수정이에게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하다니. 마음이 불편했다. 탐정은 착한 사람에게도 끊임없이 거짓말해야 한다는 걸 시우는 알고 있었을까? (89쪽)



  어린이문학 《날아라 모네 탐정단》을 살피면 두 갈래 이야기가 갈마듭니다. 하나는 탐정단을 이끄는 아이가 꾀하는 ‘숨겨진 일을 알아내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세 아이가 ‘동무를 헤아리는 마음’입니다. 세 아이는 탐정놀이보다는 서로서로 어떤 생각인가에 더 마음을 쓰고, 그동안 가까이 사귀지 못한 같은 반 다른 동묻들한테 마음을 씁니다.


  이리하여 ‘함정 수사’ 몫을 맡은 아이는 ‘거짓말을 하면서 함정 수사를 해야 하는’ 일이 몹시 거북합니다. 탐정이라는 일은 “착한 사람에게도 끊임없이 거짓말해야 한다”는 대목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가장 중요한 건 더듬어도 괜찮다는 ‘자신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입을 열면 모두가 비웃는 눈길로 보거나, 다 듣지도 않고 딴청 피우기 일쑤인데. 그런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까. (152쪽)


“내 친구들 괴롭히지 마! 아저씨가 훔쳤잖아요! 그러니까 내 친구들 괴롭히지 말란 말이에요!” 시우와 다래가 울음을 뚝 그치고 휘둥그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우람이도 입을 벌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177쪽)



  네 아이 가운데 한 아이는 말더듬이라고 해요. 네 동무는 서로 아끼기에 한 아이가 말더듬이여도 이 아이를 놀리지 않아요. 더욱이 이 아이가 더듬더듬하며 끝까지 생각을 털어놓을 때까지 기다려 주어요. 이와 달리 같은 학교 다른 아이들은 말더듬이 동무를 매우 놀리거나 괴롭혀요.


  말더듬이 아이는 탐정놀이를 하는 동안 ‘동무를 헤아리는 마음’이 더 자랍니다. 말을 더듬느라 뜻을 제대로 밝히기가 늘 어려웠지만, 막바지 고빗사위에서 세 동무가 아저씨 한 사람한테서 괴롭힘을 받자 아주 씩씩하게 나서서 이를 막아내요.


  곰곰이 돌아보자면 《날아라 모네 탐정단》은 탐정놀이를 하는 아이들 모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서로 어떻게 아끼는 동무로 지내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구나 싶습니다. 탐정놀이가 재미있을 수 있고, 추리소설을 좋아할 수 있어요. 그러나 탐정놀이랑 추리소설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곁에 있는 살가운 동무만큼 좋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곁에서 마음으로 아끼는 동무가 좋습니다. 곁에서 마음으로 지키고 씩씩하게 어깨를 겯는 동묵가 좋습니다. 아직 철이 없을지라도 천천히 철이 들면서 즐거운 삶을 배웁니다. 이웃한테 더 마음을 기울이고, 우리가 선 곳에서 이루는 꿈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여리거나 모자란 대목이 있는 동무이기에 더 따스히 어루만집니다. 아프거나 괴로운 일이 있는 동무이기에 더 살가이 다가섭니다. 2017.3.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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