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꽃 피우는 ‘작가 번개모임’
― 대구 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 나들이
대구에 이쁜 마을책방이 곳곳에 있습니다. 대구뿐 아니라 서울에도 부산에도 광주에도 마을책방이 곳곳에 이쁘게 태어납니다. 마을책방은 이름처럼 마을에 깃든 책방입니다. 마을책방은 ‘큰 책방이 새끼를 치는 곳’이 아니기에 마을에 아늑하게 깃든 조그마한 책터입니다. 마을에 얌전히 있는 책터이기에 큰 책방처럼 수없이 많은 책을 빼곡하게 꽂지 않습니다. 마을책방을 꾸리는 책방지기 나름대로 작고 이쁜 책터에 ‘스스로 즐겁게 읽은’ 책을 ‘이웃하고 즐거이 나누려는’ 마음으로 갖추어요.
경북 포항에 일이 있어서 포항 나들이를 한 길에 대구에 찾아갔습니다. 대구에서 마을책방을 꾸리는 분한테 ‘번개 모임’을 해 볼 수 있을까 하고 미리 여쭈었습니다. 대구마실을 열흘쯤 앞두고 ‘번개 모임’이 재미있겠다고 여긴 마을책방 지기님이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저는 이 번개 모임 자리에 ‘작가’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글을 쓰고 책을 냈으니 작가라고 할 만하지요. 그렇지만 저는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숲살림을 짓는 어버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림을 짓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작가 번개모임’이라는 이름이 어쩐지 쑥스럽지만,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은 분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대구 침산동 한켠을 밝히는 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가 북적입니다.
3월 4일 저녁 여섯 시 반부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대구에서 ‘우주지감’이라는 이름으로 인문모임을 꾸리는 분들이 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하고 〈읽다 익다〉에서 꾸준히 만나면서 늘 이야기마당을 연다고 해요.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누면서 함께 삶을 되새긴다고 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과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쓴 사람, 이른바 ‘작가’로서 번개모임을 누립니다.
“낮은 곳에 머무소서” 하는 말이 있어요. 저는 이 말을 “마을에서 노래하소서”로 바꾸어 읊어 봅니다. 마을에 깃들고, 마을에서 살림을 지으며, 마을에서 노래를 부르자는 생각입니다. 마을에 깃들어 마을이 숲이 되도록 북돋우고, 마을에서 살림을 지어 즐겁게 일하며, 마을에서 아이들이 꿈꾸며 자라는 배움터를 일군다면 더없이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마을책방 지기님하고 이웃님이 정갈하게 마련한 자리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지핀 이야기꽃은 저녁을 지나 밤을 가르고 새벽에 이르도록 이어졌어요. 신나게 이어진 이야기꽃을 나누면서 새삼스레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구에 이렇게 즐거이 만나서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울 이웃님이 있으니 대구가 이뻐 보인다고 말이에요.
서울이나 부산도, 광주나 대전도, 크고작은 도시와 시골도, 곳곳에 이쁘장하고 조그맣게 깃든 마을책방이 그 고장을 새로우면서 아름답게 나아가도록 북돋우리라 생각해요. 대단한 시설이나 건물이 있지 않아도 돼요. 책방 한 곳에 수십만이나 수만에 이르는 책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 마을에서 쉼터가 되고 배움터가 되면서 이야기터가 되면 넉넉하리라 느껴요. 떡 몇 점하고 차 한 잔으로도 밤을 꽃처럼 이야기로 피울 수 있는 자리란 마을을 살리는 밑힘이 되겠지요.
마을 이야기가 태어나는 마을책방을 바라봅니다. 마을에서 마을사람이 책을 마주하고 읽고 돌아보는 자리를 바라봅니다. 마을책방이 아름답습니다. 2017.3.6.달.ㅅㄴㄹ
대구 북구 침산로31길 13-14 ‘서재를 탐하다’
대구 수성구 신매로 8길 8-11 ‘읽다 익다’
(숲노래/최종규 . 마을책방 이야기)
* 제가 찍은 사진도 두 점쯤 있지만, 다른 사진은 모두 <서재를 탐하다>에서 얻었습니다 *
http://blog.naver.com/kuki00/220950787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