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빨래터에서 읽는 책 2017.3.1.
삼월이다. 새로운 삼월이다. 이 새로운 삼월을 맞이하며 마을 어귀 빨래터에서 물이끼도 걷고 두 아이 신을 빨래하려 한다. 먼저 물이끼부터 걷는다. 샘터에는 다슬기가 한 마리만 보인다. 샘터 다슬기가 거의 다 사라졌다. 상하수도 공사를 벌써 몇 해째 하고, 요 몇 달 사이 날마다 숱하게 공사를 하며 시멘트 가루가 날린 탓이려나. 그렇지만 빨래터에서는 서른 마리 즈음 본다. 빨래터 다슬기 서른 마리 남짓은 작은 그릇에 옮겨 놓고서 신나게 물이끼를 걷는다. 다 걷고 나서 두 아이 신을 솔질한다. 작은아이 신은 내가 다 하고, 큰아이 신은 두 아이가 한 짝씩 나누어 솔질한다. 빨래터 치우기도, 신 빨래도, 모두 마치고서 허리를 펴려고 빨래터 담벼락에 걸터앉아서 책을 펼친다. 《신과 함께, 저승편》 하권을 챙겼다. 《신과 함께》는 저승편 세 권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내 생각이기는 한데, 굳이 여덟 권으로 끝맺지 말고 스무 권이든 서른 권이든 더 오래 이을 만했을 수 있다. 《날아라 모네 탐정단》이라는 동화책을 펼친다. 도시에서 네 아이가 서로 동무가 되어 탐정모임을 꾸린다. 모임을 이끄는 아이는 책을 읽고 나서 탐정 노릇을 해 보고 싶어 하는데, 어른 흉내를 내면서 일부러 어려운 말을 쓴다. 어느 모로 본다면 ‘안 풀리는 일’을 푸는 탐정이 멋져 보일 수 있는데, 탐정은 궂은 일이 있어야 일거리가 있다. 우리가 조금 더 생각을 기울여 볼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이 지구를 우주를 숲을 터를, 무엇보다 우리 목숨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파고드는 모임을 꾸릴 수 있을 테지. 《날아라 모네 탐정단》은 탐정이 되어 어느 일 하나를 풀려는 아이들 몸짓을 다루는데, 아이들은 탐정 노릇보다는 ‘서로 마음으로 아끼는 몸짓’을 서로 지켜보면서 한 뼘씩 자란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