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2.16.



서울로 가는 길이다. 금요일하고 토요일에 걸쳐 누리신문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 배움마당을 연다고 한다. 올해에는 이 자리에 오라는 말을 듣는다. 2000년부터 오마이뉴스에 글을 썼으니 열여덟 해째인데, 열여덟 해 만에 나한테도 새 배움길을 들려주려는구나 싶어 기꺼이 함께하기로 한다. 강화섬에 있는 옛 초등학교를 고쳐서 오마이스쿨을 열었다는데 처음 가 본다. 집에서 길을 나서며 책을 너덧 권 챙긴다. 미처 못 읽은 책도 하나에, 아직 안 읽은 책을 여럿 꾸린다. 먼저 《내일》(한울림 펴냄)을 편다. 아홉 살부터 열두어 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프랑스에서 쓴 숲책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생태환경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려나 하고 찬찬히 읽는데,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뜻밖에도 여느 한국 아이들이나 어른들하고 비슷하다. 생태이든 환경이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단다. 그러나 학교에서 생각이 밝은 교사가 있고, 아이들(열두 살·아홉 살)은 저희 어버이가 생태와 환경에 눈을 감고 마음을 닫은 모습을 나무란다. 아이들이 스스로 나서서 저희 어버이부터 바꾸려고 한다. 왜냐하면 와르르 무너지는 생태나 환경은 바로 아이들 스스로 앞으로 살아갈 터전이니까. 재촉하는 아이들한테 못 이겨 ‘생태 배움 여행’으로 여름을 보내는 네 식구는 유럽하고 미국에 인도까지 돌면서 이제껏 하나도 모르고 안 쳐다보던 대목을 배웠다고 한다. 한꺼번에 살림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한 가지씩 거듭나려 한단다. 잘 쓴 훌륭한 책이네 싶다. 다음으로 시집 《그늘》(문학의전당)을 읽는다. 시나 문학이기에 글을 치레하지 않아도 되는데, 막상 시나 문학을 하려는 분들은 그분들 글을 자꾸 치레하려 든다. 꾸며야 되는 시가 아니고 그저 삶을 쓰면 되는 시인데, 이 대목에서 벗어나면 살짝 아쉽다. 수수하기에 눈부신 싯말이 되고 노래가 된다는 대목을 시 쓰는 분들이 조금 더 깊이 헤아려 주기를 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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