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보세, 전통가옥! 1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77



빌리는 집이 아닌 짓는 집을

― 지어 보세, 전통가옥! 1

 야마시타 카즈미 글·그림

 서수진 옮김

 미우 펴냄, 2015.5.15. 8000원



  야마시타 카즈미 님이 빚은 만화책 《지어 보세, 전통가옥!》(미우,2015)을 읽었습니다. 이런 만화도 그리는가 하고 갸우뚱하면서 즐거이 장만해서 읽었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야마시타 카즈미 님은 일본 옛집 이야기를 그릴 만하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런데 막상 만화책을 집어들어 펼치니, 야마시타 카즈미 님이 보낸 어린 나날은 일본 옛집하고 동떨어집니다. 이분 다른 만화책에 나오듯이 이녁 아버님은 대학 교수였습니다. 일본 옛 문화보다는 새로운 서양 문화가 집안에 감도는 어린 나날을 보냈고, 야마시타 카즈미 님은 만화가 길로 접어든 뒤로는 도쿄 한복판에서 만화만 그리고 살았다고 해요.



마음만이라도 그 세계로 날아가 본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작 그걸 그리는 당사자는 도쿄 중심가의 빌딩에 둘러싸여 크리스마스도 설도 없이 오로지 일만 할 뿐. 설날 아침에 일을 안 한 적이 없었다. (8쪽)


지금 생각하면 모든 건 서로가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 처음의 아주 사소한 일들이 만사를 좀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날의 ‘모르는’ 대상은 옛날과는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33쪽)



  일본사람이면서 막상 일본 옛 문화를 잘 모르는 만화가였다고 합니다. 일본 옛 문화뿐 아니라 오랜 일본 집조차 거의 몰랐다고 해요. 이를 뒤늦게 깨달으면서 늦깎이로 ‘일본 문화를 처음부터 배우는 일본사람’으로서 바쁜 틈을 쪼개었다고 합니다. 이러면서 새로운 길로 나아갔다지요. 바로 집짓기입니다.


  여태 ‘남이 지은 집에 얹혀 지내는’ 살림이었다면, 이제부터 ‘손수 짓는 집에서 꿈을 길어올리는’ 살림이 되자고 생각을 품었다고 해요.



(어릴 적에) 눈보라가 치는 날엔 집안에서만 지내도 나름 즐거웠다. 난로와 벽 사이의 좁은 틈이 나만의 성역. 거기서 고구마를 먹으며 재밌는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46쪽)


“현대로 비유하자면, 도심 속에서도 산속에 있는 듯한 조용함을 느끼고 싶다, 는 마음을 세련되게 다듬은 것이 ‘스키야’라고 생각해요. 야마시타 씨도 야마시타 씨 자신의 스키야를 발견하면 좋겠네요.” (57쪽)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만화가 한 사람은 참말로 손수 일본 옛집을 도쿄 한복판에 지어서 꿈 같은 나날을 누리며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요? 그저 어디에서든 만화만 그릴 수 있으면 좋은 삶이 아니라, 아름답게 누리는 아늑한 집에서 그토록 사랑하는 만화를 그릴 수 있다면, 참말 만화도 남다르게 태어날 만하겠지요.


  만화 하나마다 ‘남이 빚은 작품을 흉내내는’ 길이 아니듯이, 살림집도 ‘내 손길이 깃든’ 터전이 될 수 있으면 참으로 달라지리라 생각해요. 스스로 빚어서 스스로 그리는 만화이듯이, 집도 집살림도 모두 손수 가꿀 수 있다면 아주 아름다이 거듭나는 하루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2017.2.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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