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야 글을 쓴다



  1993년까지는 남이 쓴 글만 읽다가 1994년부터 내가 손수 글을 써 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글이라면 아무래도 내가 스스로 찾아내고 살펴서 스스로 알아내거나 풀어낸 수수께끼를 들려주는 글이라고 느꼈다. 남이 쓴 어떤 훌륭한 글도 내 마음을 채워 준 적이 없다. 내 나름대로 삭히고 갈무리해서 쓴 글일 적에 비로소 내 마음을 스스로 채웠다고 느낀다. 남이 쓴 글은 ‘고맙다’. 내가 쓴 글은 ‘사랑스럽다’. 남이 쓴 글은 그분이 온삶을 밝혀서 나누어 주는 선물이니 고맙다. 내가 쓴 글은 스스로 일구는 살림으로 손수 빚으니 사랑스럽다. 스물 몇 해 동안 글쓰기로 살림을 지으면서 어떻게 글을 쓰며 살 수 있는가를 곰곰이 돌아보면 꼭 한 마디로 간추릴 만하다. “내가 나를 스스로 가장 사랑하는 마음이 되어 글을 쓴다.” 누구는 베껴쓰기(필사)를 하면서 글힘을 북돋운다 하고, 누구난 훌륭한 스승을 따르면서 글넋을 키운다 한다. 나는 이도 저도 안 한다. 나는 오직 ‘내 글’만 쓴다. 나는 ‘내 이야기’를 내 말씨로 쓴다. 나는 ‘내 삶·살림·사랑’을 그저 내 말결로 풀어놓는다. 이리하여 이웃님한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테지. “다른 글을 흉내내거나 베끼거나 따라하지 마셔요. 그러면 글이 망가지거든요. 다른 글은 고맙게 읽으시고요, 글을 쓰시려면 우리 마음에 흐르는 우리 이야기를 고스란히 옮겨서 적으면 되어요.” 2017.2.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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