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그림
어제 장조림을 했습니다. 참말 어제 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하루가 얼마나 길고 오래 흘렀는지 어제 했는지 그제 했는지 사흘이나 나흘 앞서 했는지 가물가물합니다.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요. 어제 장조림을 마치고 식히면서 한두 점을 손으로 뜯어 아이들 밥그릇에 얹다가 예전 일을 떠올립니다. 우리 어머니가 장조림을 마치고서 늘 손으로 뜯은 모습입니다. 고깃결은 손으로 죽죽 뜯어야 제맛이 살아난다는데, 아뜨 아뜨 하면서도 손으로 다 뜯습니다. 나중에는 목이 결리기도 합니다. 밤을 쳐서 밤밥을 끓이고, 이것저것 칼질을 하며 반찬을 합니다. 참으로 손그림이 남아날 새가 없는 살림인데, 아직 호미질이나 톱질은 그리 많이 안 하니 제 손그림은 그럭저럭 잘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뿐 아니라 온누리 어머니는 누구나 ‘뜨거운 것을 만져도 뜨겁지 않다’고 여길 만큼, 또 온누리 아버지도 으레 ‘차가운 것을 만져도 차갑지 않다’고 여길 만큼 살림을 손수 지었어요. 오늘 하루도 아이들하고 새밥을 지으며 손그림을 살살 쓰다듬습니다. 손아, 이쁜 손아, 오늘도 즐겁게 기운을 내 주렴, 고마워. 2017.2.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