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면서 읽는 책 2017.2.1.


아침을 느즈막하게 차린다. 어제그제 이틀에 걸쳐서 손님을 맞이했다. 이틀 내리 손님을 맞이하면서 아이들도 나도 힘을 많이 쏟았다. 나는 엊저녁부터 곯아떨어져서 새벽에 부시시 일어나 일을 좀 하다가 아침에 다시 일어났고, 작은아이는 한낮이 되도록 이부자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작은아이는 코피도 쏟았다. 얼마나 신나게 놀았기에 코피까지 쏟을까. 참말로 엄청난 기운을 쏟으며 놀았다는 뜻일 테지. 부엌에 《영원한 아담》을 챙겨서 한쪽에 놓는다. 큰아이하고 둘이서 밥을 짓는 동안 책은 한 쪽도 못 펼친다. 그러나 밥그릇을 다 비우고 설거지를 마친 뒤에 《영원한 아담》을 펼칠 수 있다. 큰아이가 밥을 다 먹기까지 기다리면서 부엌 한쪽에 서서 읽는다. 어릴 적에 읽은 ‘쥘 베른’은 이래저래 잘린 데가 많은 동화였다면, 2015년에 새 옮김말로 나온 《영원한 아담》은 군데군데 아쉬운 번역 말씨와 겹말이 보이지만 고마우면서 반가운 문학이다. 방바닥에 불을 넣는다. 작은아이 이마를 쓸어넘긴다. 《은하철도 저 너머에》라는 책을 새삼스레 헤아려 본다. 지난해 봄에 이 책을 놓고 느낌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짤막하게 추천글을 써 보려 한다. 나는 이웃님한테 이 책을 어떻게 간추려서 이야기를 해 볼 수 있을까? ‘230자’에 맞추어 다음처럼 써 본다. 이러한 230자 소개글이 작게 징검돌이 되어 이 책을 사랑해 줄 이웃님이 늘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몸이 사는 이곳에서 우리 마음이 깃든 저곳을 헤아리는 ‘너머’를 바라본다. 마음이 없이 몸만 있을 적에는 죽은 목숨이라고들 하지만, 정작 마음보다 몸을 치레하거나 이름값이라는 허울에 매달리기 일쑤이다. 우리는 ‘몸뚱이’가 아닌 ‘마음이 깃드는 몸’이나 ‘마음이 깃들어 살림을 짓는 몸’을 사랑할 적에 아름답지 않을까? 은하철도 저 너머에서, 우주 저 너머에서, ‘내 넋’이 늘 나를 지켜보면서 웃는다. 나를 스스로 마주보면서 노래하자. 나를 스스로 사랑하면서 꿈꾸자.”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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