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23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673



활짝 웃는 얼굴을 바라는 살림

― 경계의 린네 23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6.10.25. 4500원



  우리가 살아가는 까닭을 찬찬히 생각해 보면 ‘웃음’에 닿지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뜻은 바로 ‘웃음’에 있지 싶습니다. 웃음지을 삶을 헤아리면서 하루를 열고, 웃음꽃이 될 살림을 바라면서 서로 만나지 싶어요.


  웃음이 피어나는 자리란 즐거운 자리입니다. 웃음이 터지는 자리란 기쁜 자리예요. 그러니까 즐거운 삶이나 기쁜 살림을 바란다고 할 적에는 언제나 웃음을 꿈으로 그린다는 뜻이 되지 싶습니다.


  설이나 한가위 같은 명절에 다 같이 웃는다면, 함께 일하고 함께 쉬거나 놀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 때문이지 싶어요. 설이나 한가위 같은 명절에도 다 같이 못 웃는다면, 누구는 고되게 일하고 누구는 멀뚱멀뚱 앉아서 받아먹기만 하기 때문일 수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사이에서도 서로 마음으로 아끼지 못한다면, 다 같이 웃는 자리가 되지 못할 테고요.



“로쿠도, 너! 문제를 질질 끌어서 시급만 올려 받을 셈이지!” “무슨 소리야? 로쿠도가 그런 짓을 할 리 없잖아!” (20쪽)


‘훗, 잠시나마 좋은 꿈을 꿨어, 라고 생각해야지. 아니면 …….’ (42쪽)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6) 스물셋째 권에서는 ‘웃음’을 이야깃감으로 다룹니다. 마음에 걱정이나 근심이 깃드는 사람한테는 웃음이 가십니다. 걱정이나 근심을 마음에 안 두는 사람한테는 웃음이 피어납니다. 슬프거나 아프니까 안 웃기도 하지만, 슬프거나 아프더라도 마음에 새롭게 꿈을 씨앗처럼 심으면 환하게 웃을 수 있기도 해요.



“3세가 뭘 부쉈냐고? 글쎄, 광 안은 엉망진창이니 짐작도 안 가는데.” “네에? 그럼.” “왜 화가 나셨는지 분명히 가르쳐 주세요.” “뭐 굳이 말하자면, 그 다음이 괘씸했다고 할까.” “그 다음?” “도망갔습니다!” (51∼52쪽)


“타마코 씨, 그것도 사신의 업무인가요?” “속사정이 있는 여관이군.” “그래, 하지만 여관 경영자가 유령일 뿐이지. 각종 노천온천에 그 지역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요리가 나오고, 숙박료는 물론 사신조합에서 부담하지.” “완전히 꿈 같은 얘기잖아!” “경영자의 소원은 손님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 그게 이루어지면 성불할 거야.” (98∼99쪽)



  웃으려면 스스로 바라는 길을 가야 합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을 하며 웃기란 어렵습니다. 웃으려면 스스로 좋아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남이 가는 길을 좇기만 한다면 웃기가 힘들어요.


  이른바 혼자 으뜸이 되려고 할 적에도 즐겁게 못 웃어요. 혼자만 잘살려고 하면서 웃음을 짓는 이는 찬웃음이나 비웃음이 되기 일쑤일 뿐 아니라, 이녁 둘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풀이 죽거나 괴로워요.


  어느 모로 본다면 ‘혼자만 웃는’ 자리는 웃음이 아니지 싶습니다. 허울좋은 웃음이라고 할까요. 씨앗처럼 둘레로 퍼뜨리는 웃음이 될 때에 비로소 참웃음이지 싶어요. 한바탕 잔치처럼 웃도록 북돋아야 웃음이라고 할 만하지 싶어요.



“한 번이라도 제대로 손님을 접대하고, 웃는 얼굴을 보기 전까진 절대 못 그만둬!” “그렇군.” “이 원숭이떼의 위협 속에서 웃으라니, 지금 장난해?” “하지만 안 그러면 이 사람들은 성불을…….” (106∼107쪽)


“훗, 너하고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면 곤란하지.” “뭐야?” “너는 밤낮 책상만 끼고 앉은 공무원이지만, 나는 날마다 현장을 달리며, 영과 맞서는 사신! 경험의 차원이 다르단 말이다!” (159쪽)



  웃지 못한 삶이니 이승을 떨치지 못합니다. 웃지 못했다는 생각에 저승에서도 제자리를 못 찾습니다. 웃지 않는 삶이니 동무나 이웃한테 손길을 따스히 내밀지 못합니다. 웃지 못하는 삶이니 동무나 이웃을 사랑으로 바라보지 못합니다. 참말 우리 삶에서 웃음처럼 크고 멋지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은 없구나 싶습니다.


  혼자만 잘살며 혼자만 웃는 삶이 아니라, 함께 잘살며 함께 웃는 삶을 바랄 때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일하며, 함께 놀거나 쉬고, 함께 걷고, 함께 꿈을 지을 수 있는 마을이요 보금자리이기에, 우리는 즐겁게 웃을 만하리라 생각해요. 2017.1.2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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