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1.
돼지고기 장조림을 해 보자고 생각하며 읍내로 나간다. 작은아이는 집에서 놀기로 하고 큰아이하고 둘이 저자마실을 나온다. 오늘은 귀에 꽂는 소릿줄을 미처 챙기지 못한다. 버스에서 노래를 듣지 못하네. 큰아이는 “나는 노래를 듣지 않아도 마음속에서 노래가 흐르니 괜찮아.” 하고 이야기한다. 읍내로 가는 길에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를 읽는다.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농사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나는 아직 땅을 짓는 이야기를 쓰기 어렵지만, 고운 이웃님이 이 같은 책을 써 주기를 바랐다.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수많은 인문책이나 지식책을 쥐어 주기 앞서 이처럼 ‘밥 흙 살림’이 어떻게 어우러지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룬 책을 건네야 즐겁고 새로운 나라를 이룰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러면서 어른도 이 책을 함께 읽고 밥이랑 흙이랑 살림을 새롭게 배우면 좋을 테고. 저자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군내버스 때를 맞추어 서두른다. 큰아이가 “오늘은 택시 태면 어때? 왜 늘 버스만 타?” 하고 묻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버스도 택시도 탈 수 있어. 우리는 버스가 지나가는 때를 맞춰서 움직이니 버스를 타지.” 하고 말했는데, 버스를 타야 할 때를 맞춘다며 바삐 움직이지 말고, 그냥 택시를 불러서 탈 수 있겠지. 둘이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삯 1500원, 택시를 불러서 타면 17000원, 이렇게 돈이 벌어지기는 한다. 바람이 찬 저녁날, 저자마실을 마치고 짐꾸러미를 영차영차 버스로 나르지 말고 택시를 부르면 몸도 한결 가벼울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늘도 버스를 타고 돌아간다. 해가 기울어 어둡다. 《후쿠시마의 고양이》도 챙겨 나왔지만, 어두워서 한 쪽도 못 펼친다. 큰아이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간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