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 핀두스의 네번째 특별한 이야기 핀두스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4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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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04



이웃을 사랑하는 잔칫날인 크리스마스 언저리

―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펴냄, 2002.12.15. 1만 원



  한 해 삼백예순닷새 가운데 생일이나 기념일은 늘 꼭 하루예요. 한글날도 하루이고, 설날도 하루입니다. 한가위도 하루이고, 성탄절도 하루예요. 어린이날이나 스승날도 늘 하루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날이 하루뿐이라 아쉬울 수 있지만, 어쩌면 꼭 하루이기 때문에 더 뜻깊을 수 있어요. 그리고 바로 그 하루를 기다리는 동안 늘 즐거우면서 새로운 마음이 될 수 있지 싶어요.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집에 먹을 것 하나 없었어. 그동안 너무 추워서 장을 보지 못했거든.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크리스마스 때 필요한 물건도 사고, 숲에서 전나무도 가져오고, 과자도 구워야 했어. 그밖에도 할 일이 참 많았지. 핀두스는 전나무를 세워두는 통을 찾아내고는 문에 서서 할아버지를 졸랐어. “할아버지, 빨리 숲으로 전나무 가지러 가요.” (2쪽)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님이 빚은 그림책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풀빛,2002)는 한 해에 꼭 하루 있는 성탄절을 기리는 마음을 담았다고 할 만합니다. 아무래도 이 그림책은 여느 날보다 성탄절 앞뒤로 더욱 뜻깊게 읽을 만하지 싶어요. 그런데 성탄절이 아니어도, 한여름이나 이른봄이어도 이 그림책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고 느껴요.


  그림책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는 책이름처럼 “가장 멋진” 어느 날을 누리는 두 사람 이야기가 흐릅니다. 먼저 ‘핀두스’가 나오고, ‘할아버지’가 나와요. 성탄절을 앞두고 핀두스는 할아버지한테 숲에 가서 전나무를 베어 오자고 말해요. 한겨울이기에 눈이 여러 날 펑펑 내린 탓에 집에만 있던 할아버지는 핀두스 말을 듣고는 참말로 ‘성탄절이 코앞’이니 전나무도 얼른 베고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와 핀두스는 후추 과자를 먹으며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쳐다보았어. 여느 때 같으면 과자도 굽고, 음식도 장만하며 얼마나 재미있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가다렸는지 몰라. 하지만 지금은 우두커니 앉아서 발리 얼른 낫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니. (10쪽)



  둘은 썰매를 끌고 톱을 챙겨서 숲으로 갑니다. 맞춤하다 싶은 전나무를 찾아서 벱니다. 이때에 개구쟁이 핀두스는 할아버지 일을 거들지 않고 신나게 눈놀이를 해요.


  숲에서 눈밭 미끄럼을 타고 눈을 뭉치면서 아주 즐거울 테지요. 그런데 말예요, 개구쟁이 핀두스는 그만 말썽을 일으킵니다. 눈밭에서 썰매 미끄럼을 즐기다가 그만 할아버지가 발목을 다치게 하거든요.


  아이쿠, 할아버지는 다친 발목 때문에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발목은 자꾸 붓기만 합니다. 나을 낌새가 없습니다. 발목이 너무 시큰거려서 읍내로 저잣마실은 엄두를 못 냅니다.



할아버지는 악셀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했단다. “필요한 건 다 있으세요? 먹을 것, 장작, 그런 것 말예요.” “그럭저럭 될 걸세.” 그러자 핀두스는 가만있을 수 없었어. 물이 끓는 솥뚜껑처럼 팔딱팔딱 뛰면서 씩씩거렸지. “무슨 그럭저럭이에요! 우린 먹을 것도 없어요. 당근뿐이에요. 후추 과자도 없고, 말린 대구도 없고, 전나무도 없고, 장작도 곧 다 떨어질 거예요!” (14쪽)



  그림책에 나오는 핀두스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예요. 말을 하는 고양이랍니다. 그래서 개구쟁이 고양이 핀두스는 할아버지처럼 톱질을 하거나 밥을 끓이거나 과자를 굽지 못해요. 옆에서 종알종알 끼어들거나 수다를 떨 뿐이에요.


  자, 이제 핀두스랑 할아버지는 성탄절을 어떻게 맞이할까요? 발이 다친 할아버지는 드러누워서 꼼짝을 못하니, 쫄쫄 굶는, 그야말로 이제껏 맞이한 성탄절 가운데 가장 시무룩하고 가장 재미없고 가장 슬픈 성탄절이 될까요?



핀두스는 자랑스럽게 거실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여줬어. “이것 좀 보세요! 핀두스와 할아버지가 전나무를 직접 만들었대요.” 닐손네 아이들이 소리쳤어. “우와! 정말 멋있다. 그러고 보니 전나무도 직접 만들 수 있네? 핀두스, 너 참 댇단하다.” (21쪽)



  축 처진 핀두스랑 할아버지네에 이웃집 젊은이가 인사를 옵니다. 이웃집 젊은이는 핀두스한테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차근차근 듣습니다. 이웃집 젊은이는 할아버지가 못하는 장작 패기랑 여러 집일을 거들고 돌아갑니다. 이웃집 젊은이가 장작을 패 주어 난로를 켤 수 있으니 집안이 따뜻해요. 비록 발은 안 나았어도 할아버지는 기운을 냅니다. 전나무는 못 베었지만 집에 있는 작대기로 전나무처럼 꾸미자고 생각합니다. 발목이 다쳤어도 앉은 자리에서 뚝딱거리며 ‘작대기 성탄절 나무’를 짤 수는 있거든요.


  이렇게 ‘작대기 성탄절 나무’를 짜서 꾸미니 퍽 그럴싸합니다. 핀두스랑 할아버지는 ‘손수 지은 성탄절 나무’를 바라보며 웃습니다. 이때에 이웃집에서 한 사람 두 사람 찾아와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집집마다 한 가지씩 챙겨서 핀두스랑 할아버지네에 모여요. 여러 이웃집은 저마다 ‘성탄절 먹을거리’를 하나씩 가져다주었고, 부엌에 먹을거리 하나 없던 핀두스랑 할아버지네는 깜짝 놀랄 만한 멋진 잔치를 누릴 수 있습니다.


  무척 투박하면서 수수하다 싶은 이야기가 흐르는 그림책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라고 할 만해요. 이 그림책은 이처럼 수수한 줄거리보다는 이 줄거리를 이루는 ‘할아버지 마음’하고 ‘이웃집 마음’을 들여다보아야지 싶어요. 발이 다쳐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풀죽지 말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손수 지어 보자는 마음이 첫째예요. 여기에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던다’는 옛말처럼 이웃집이 저마다 한 가지씩 나누는 기쁜 사랑이 둘째이지요.


  이웃을 사랑하는 잔칫날인 크리스마스 언저리를 들려주는 그림책이에요. 성탄절 하루뿐 아니라 한 해 내내, 삼백예순닷새 언제나, 이웃을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새해에는 새해대로 사랑을 나누고, 설날이나 한가위에는 이날대로 사랑을 나누어요. 어린이날이나 한글날에는 또 이 같은 날대로 사랑을 나눌 수 있어요. 이웃이 있어 즐겁고, 우리 살림을 스스로 짓기에 기뻐요. 2017.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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