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아끼는 사진 - 전세계 최고 인기 커뮤니티, 셔터 시스터스가 공개하는 사진 비법
셔터 시스터스 지음, 윤영삼.김성순 옮김 / 이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사진책 읽기 345



빛나는 사진보다 수수한 사진이 아름다워

― 내가 제일 아끼는 사진

 셔터 시스터스 엮음

 윤영삼·김성순 옮김

 이봄 펴냄, 2012.7.27. 2만 원



  사진을 안 찍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사진을 이야기하거나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은 퍽 드물지 싶어요. 예전에 필름으로만 사진을 찍던 무렵에는 기계나 필름을 다룬다든지 암실을 쓰는 길을 하나하나 배워야 비로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오늘날에는 누구나 디지털로 사진을 널리 찍으면서 ‘기계를 잘 몰라’도 사진을 찍고, 필름이나 암실이 없어도 사진을 찍어요. 포토샵으로 사진을 만지기도 하지만, 포토샵은 하나도 모르더라도 얼마든지 사진을 찍습니다. 더욱이 사진기 아닌 손전화 기계 하나로도 얼마든지 사진을 찍고, 태블릿으로도 사진을 찍어요. 여기에 동영상까지 홀가분하게 찍을 수 있고요.



우리가 있는 곳,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풍경과 환경이 바뀐 훗날에도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13쪽)


나는 이 사진을 소중히 역긴다. 아주 힘든 시기의 내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한가운데에 서 있는 모습. 눈 아래 다크서클, 무기력한 시선, 거친 세파에 시달린 연약한 영혼. 쾡한 눈 뒤에 고인 눈물바다를 본다. (27쪽)



  셔터 시스터스가 엮은 《내가 제일 아끼는 사진》(이봄,2012)은 ‘사진을 좋아할 뿐 아니라, 사진을 제법 전문으로 찍는 여성’들이 저마다 어떤 사진을 아주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진이 넘친다고도 할 수 있으나, 어느 모로 보면 누구나 손쉽고 즐겁게 사진을 누리거나 나눌 수 있는 오늘날 흐름에 발맞추어 ‘전문으로 사진을 하지 않는 사람들’한테 ‘사진 찍기를 어려워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기에 ‘조금 더 재미나고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사진을 즐기는 길’이란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짚으려 해요.



인물사진을 통해 우리가 줄 수 있는 선물은 사진 속 인물이 가진 특별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생명력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29쪽)


빛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 빛을 좇아야 한다. 부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든, 겨울날 오후 해가 지면서 길게 늘어뜨린 마지막 햇살이든 말이다. 멋진 이야기는 눈부신 불꽃이나 섬광 속에 들어 있지 않다. 조용하고 음산하고 졸리운 풍경도 독특한 후처리를 통해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52쪽)



  사진은 빛을 담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빛그림’이라는 말을 지어서 쓰기도 해요. 빛으로 그리는 이야기요, 빛으로 그리는 마음이며, 빛으로 그리는 사랑이기에, ‘빛그림’이라는 말은 ‘사진’하고 참 잘 어울리는구나 싶어요.


  그런데 사진은 “눈부신 빛”이나 “아름다운 빛”만 좇지 않습니다. 사진은 “슬픈 빛”이나 “어두운 빛”도 좇아요. 환한 빛뿐 아니라 흐린 빛도 좇고, 고운 빛뿐 아니라 투박한 빛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은 그저 사진일 뿐 ‘작품’이 아니니까요.


  우리는 작품을 멋지게 뽐내려고 사진을 찍지 않아요.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짓는 삶을 즐겁게 한 장 남겨서 두고두고 오붓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기에 사진을 찍어요.



집이라고 부르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삶을 포착하고 싶다면, 정리를 한 다음에 사진을 찍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바닥이 더럽든 테이블 위가 어수선하든 우리 삶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잡기 전에 먼저 청소를 하려고 뜸을 들이는 동안 집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정직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날악가버릴 것이다. (63쪽)


완벽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고 찍는다면 이런 사진 한두 장으로 나름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17쪽)



  셔터 시스터스라는 이름으로 사진을 찍는 분들은 《내가 제일 아끼는 사진》이라는 책에서 내내 이 대목을 짚습니다. ‘완벽한 작품’을 찍으려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우리 이야기’를 찍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남 흉내를 내거나 이름난 전문가 꽁무니를 좇지 말자고 말합니다. 집안이 좀 어질러진들 대수롭지 않다고, 아이랑 함께 지내는 오늘 하루를 환한 웃음으로 바라보면서 사진 한 장 찍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좀 어질러진 집안 모습’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그 모습을 사진으로 돌아보면 꽤 재미난 옛이야기(추억)가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즐겁게 찍을 사진이란 ‘잘 찍을 사진’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사진은 잘 찍기보다는 참말로 ‘즐겁게 찍으면’ 된다는 뜻이에요. 남한테 보여주려는 사진이 아니라, 바로 내가 즐기는 사진이고, 바로 우리 식구나 동무나 이웃이 두고두고 건사하면서 누리는 사진이라는 뜻이에요.


  이야기를 담기에 사진이 됩니다. 이야기를 바라보기에 사진을 찍어요. 이야기를 주고받으려고 사진을 읽어요. 내 이야기는 너한테 스며들고, 네 이야기는 나한테 찾아들어요. ‘빛나는 사진’이 아니라 ‘수수한 사진’ 한 장으로 오늘 하루를 아름답게 갈무리하고 사랑스럽게 남길 수 있습니다. 2016.12.3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비평/사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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