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이름 글쓰기
나라가 발칵 뒤집히는 일이 벌어지면서 그동안 물밑에서 이루어지던 ‘시커먼 일’이 하나둘 밝혀진다. 가만히 보면 밝혀진다기보다 ‘까맣게 모르던 사람’도 버젓이 알아차리는 셈이라 할 만한데,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이러저러한 사람들을 놓고 ‘검은이름’을 표로 엮은 일도 드러난단다. 이런 짓을 여느 사람이 아닌 공무원이 문화부장관이 대통령이 대통령 머리꼭대기에 올랐던 이가 했다니 놀랄 만할 수 있다. 그렇지만 더 파고들면 우리 사회 어디에나 ‘니 편 내 편’이 있다. ‘학연 지연 혈연’에다가, 글쟁이 사이에는 ‘인맥’하고 ‘출판사 이음고리’가 있으며 ‘작가·평론가 어깨동무’까지 있다. 신경숙 표절하고 맞물려 몇 군데 ‘우두머리 출판사’가 휘두른 문단권력 이야기가 불거진 지 얼마 안 되기도 했다. 우두머리 출판사뿐 아니라 이들 출판사에 깃든 작가나 평론가도 똑같이 문단권력을 휘두르면서 곳곳에서 심사위원이나 교수나 책잔치·북콘서트나 강연 따위 여러 가지를 거머쥔다. 비록 공무원이나 문화부장관이나 대통령이나 대통령 머리꼭대기 허수아비처럼 ‘검은이름 표’를 짜서 돌리지 않았더라도,‘한통속’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른바 ‘문체부 문단 블랙리스트’를 나무라고 꾸짖고 바로잡도록 힘쓰는 일도 해야 할 텐데, 이에 못지않게 ‘문단·출판계 한통속 인맥 울타리’도 때려부수어야지 싶다. 저쪽만 두들긴대서 이 나라 책마을이나 글마을이 숨통을 트일 만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2016.12.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