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한국 사단 - 임응식 회고록
임응식 지음 / 눈빛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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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내가 걸어온 韓國 寫壇
- 글쓴이 : 임응식
- 펴낸곳 : 눈빛(1999.7.20.)
- 책값 : 20000원


 대여섯 해 앞서, 서울 서교동에 있는 헌책방에서 《내가 걸어온 韓國 寫壇》이라는 책을 한 권 본 적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 이 책을 사지 않았습니다. 책 겉싸개가 없기도 했지만, 1999년에 나온 책이 무슨 2만 원이나 하나 싶어서 마음에 안 들었고, 그다지 읽을거리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 1930∼40년대 당시 부산은 일본군의 주요 요새였다. 군사기밀보호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아무 데나 카메라 들이대다가는 영락없이 잡혀갔다. 사진을 찍으려면 요새 사령관이 발부하는 허가증이 있어야 했으며, 촬영이 끝나면 밀착인화와 함께 원판을 헌병대에 제출해서 검열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촬영 금지구역이라는 것이 있어서 아무리 좋은 피사체가 있어도 카메라를 댈 수 없었다. 찍고 싶은 유혹을 못 견뎌서 망원렌즈로 한 컷 어떻게 슬쩍 했다가는 검열 때 걸려서 치도곤을 맞기도 했다. 또 1941년부터는 감광재료가 배급제로 되었고, 1944년부터는 군기보호법에 의한 촬영금지 지역 밖이라 할지라도 20미터 이상의 높은 곳에서는 찍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통제가 한국인에게는 더 엄격했다. 식민지의 국민들은 오나 가나 구박이고 천대고 비하였다 .. 〈39쪽〉


 온삶을 사진 하나에 바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사진을 찍는 마음’, ‘사진을 바라보는 생각’, ‘사진과 우리 삶’을 견주는 여러 이야기가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얼마 없다고 느껴서 아쉽다고 생각했고, 그냥 헌책방에 서서 대충 조금 읽다가 말았습니다. 그리고 대여섯 해가 지난 얼마 앞서. 이 책 《내가 걸어온 韓國 寫壇》을 사서 읽기로 합니다.


.. 일황 히로히토의 항복 방송을 들은 것은 당시 거주하던 도쿄 시내의 어느 아파트에서였다. 라디오 앞에 있는 일본인들과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들의 눈물의 의미와 나의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제부터는 일제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게 됐구나 하는 기쁨의 그것이었다 ..  〈46쪽〉


 문득, 내가 생각을 잘못했구나, 사진을 찍는 마음이나 사진을 찍어온 몸가짐이나 사진을 바라보는 생각을 다룬 글을 ‘어떤 틀에 박힌 글’로만 여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임응식 님이 쓴 회고록 《내가 걸어온 韓國 寫壇》은 말 그대로 ‘임응식이란 사람 하나가 걸어온 사진밭, 사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고, 어떤 큰 이야기, 대단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데, 이 책에서 다른 것을 느끼거나 찾으려 했구나 싶습니다. 한편, 바로 이처럼 있는 그대로 수수하게 펼치는 이야기에서 사진을 찍는 마음과 사진을 바라보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을 텐데, 엉뚱한 자리에서 어긋난 생각으로 책을 느끼려 했구나 싶어요.


.. 그림은 돈이 되어도 사진은 돈을 까먹을 뿐인데도 나는 아직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운명론이랄까, 소명의식이라 할까, 내게 주어진 일을 자부심을 가지고 이루어 왔고, 그것이 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진 재산이며 보물인 것이다 ..  〈24쪽〉


 아하, 생각해 보니, 이 책을 처음 보았을 2000년 즈음만 해도 ‘사진찍기에 그토록 많은 것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에 책이 눈에 제대로 안 들어왔겠다 싶어요. 이제 저도 어느덧 사진을 찍은 지 아홉 해가 되었고, 조금만 있으면 열 해째가 됩니다. 그동안 찍은 수만 장에 이르는 사진, 잃어버려서 새로 갖춘 사진장비 들을 헤아려 보면, 사진을 찍어서 돈이 되어 본 적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하고, 그동안 사진에 바친 돈만 어마어마합니다. 웬만한 중형차 한 대를 살 만한 돈을 사진에 쏟아부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여태껏 어느 한 번도 ‘돈 안 되는 사진을, 그것도 헌책방 한 가지만 찍어 온 사진을 아쉽거나 아깝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마음은 임응식 님도 마찬가지였고, 이렇게 돈이 되건 말건 자기가 즐기는 일이며 보람 또한 듬뿍 느끼는 일이기에 꿋꿋하게 이어온 길이라면…, 이런 마음가짐으로 꾸려온 사진 삶이라면, 이 회고록을 읽어내는 동안 제 자신이 사진을 바라보고 느끼는 마음을 다소곳하게 추스를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참말로, 《내가 걸어온 韓國 寫壇》을 집어서 읽는 내내 이야기가 하나하나 마음에 콕콕 새겨져서 금세 읽게 되더군요. 겪어 보니까, 이제 저도 사진 삶을 꾸린다고 할 수 있다 보니까 비로소 책이 제 안으로 들어옵니다. (4339.6.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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