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코와 술 1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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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61



혼자 있을 적부터 잘 먹고 잘 놀아야

― 와카코와 술 1

 신큐 치에 글·그림

 문기업 옮김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4.12.20. 8000원



  만화책 《와카코와 술》(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2015) 첫째 권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을 좋게 생각하는 이하고 안 좋게 생각하는 이가 크게 갈릴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고작 대여섯 해쯤만 앞서도 한국에서 이런 만화책이 나오기 어려웠을 테고, 열 해쯤 앞서라면 더더욱 어려웠을 테며, 스무 해쯤 앞서라면 엄두조차 못 냈으리라 싶어요. 왜 그러한가 하면, 이 만화책에는 ‘혼자 살면서 혼자 술을 즐기는 아가씨’가 나오거든요. 사내가 혼자 술을 마시는 이야기는 흔해도 가시내가 혼자 술을 마시는 이야기는 아직 안 흔하거나 수수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한국 사회이기도 해요.



산책으로 상쾌하게 땀을 흘렸다. 누가 알쏘냐. 산책을 위해 입은 옷에 숨겨진 원대한 계획을. 모든 것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서 한잔 걸치기 위해. (11쪽)


어떠냐. 혼자서 음식을 독차지한 당당한 모습. 이게 다 내 거라고. (13쪽)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가시내가 혼자 살면서 혼자 맛집이나 술집을 찾아다니면서 혼밥이나 혼술을 즐긴 지는 그리 오랜 일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이는 한국이나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엇비슷하리라 느껴요. 혼자 지구별을 돌아다니는 사내는 꽤 있었어도, 혼자 지구별을 두루 누비는 가시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기도 했어요. 우리 사회는 아직 갑갑하고, 아직 닫혔으며, 아직 까마득합니다. 그러나 이 사회를 깨려는 몸짓이 있고, 이 사회로는 도무지 안 된다고 느끼는 숨결이 있으며, 이 사회를 앞으로 아름답게 바꾸려는 넋이 있어요.



오늘 밤은 나랑 데이트할 예정. (22쪽)


봄 야채는 보통 풋내가 나고, 쓰다고들 하는데, 그런 봄의 맛에 차가운 미즈와리가 몸을 파고들어 풋내가 맛있게 느껴지더라고. 어른의 봄. (57∼58쪽)



  혼자 일하고 혼자 살면서 혼자 차리는 밥상을 푸짐하게 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밥상을 혼자 차려서 먹기도 수월하지 않을 수 있으나, 혼자 밥을 먹으려고 바깥에서 밥집을 찾기에도 수월하지 않을 수 있어요.


  여럿이 둘러앉아 왁자지껄 떠들거나 온갖 밥을 차리는 자리도 즐겁습니다. 이에 못지않게 혼자 조용히 밥상맡에 앉아서 가만히 생각에 잠기면서 천천히 수저를 들 적에도 즐거워요.


  저는 예전에 혼자 살 적에 바깥일을 마치고 책방에 들러 혼자 여러 시간 책을 누리고는, 혼자 술집에 들러 안주 하나를 시키고 맥주 두어 잔을 마시면서 조용히 책을 읽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했어요. 2000년대 첫무렵이었는데, 술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던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겠지요.



다 같이 먹을 때는 창피해서 뼈에 붙은 살을 들고 뜯을 수 없었다. 이 뾰족뾰족한 곳을 발라내서 먹는 것까지 참았었으니까.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 피라냐가 물어뜯듯이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질 걱정 없이, 이렇게 느긋하게 마시며 즐길 수 있다니, 행복해. (106∼107쪽)



  혼자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차려서 먹을 수 있습니다. 그냥 냄비 하나로 밥을 지어 가볍게 먹을 수 있습니다. 혼자이기에 더 느긋하게 온갖 반찬을 아기자기하게 지어서 넉넉하면서 느긋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혼자이기에 아무것도 안 할 수 있지만, 혼자이기에 더 많은 것을 하면서 스스로 북돋울 수 있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혼자일 적에 더 알뜰히 즐길 수 있는 살림일 적에, 둘이나 여럿이어도 새롭게 알뜰한 살림으로 나아갈 만하지 싶습니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이느냐고도 하지만, 혼자 있을 적부터 잘 살고 잘 먹고 잘 노는 몸짓을 사랑하는 삶이어야, 여럿이 어울릴 적에도 잘 살고 잘 먹고 잘 노는 나라를 가꾸는 슬기가 자랄 수 있지 싶습니다. 2016.12.1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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