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글씨가 이리 예뻐요?



  어제 서울에서 어느 분한테 책을 선물하면서 안쪽에 짧게 글을 몇 줄 적어서 드리는데 “어쩜 글씨가 이리 예뻐요? 나는 글씨를 되게 못 쓰는데.” 하고 말씀한다. 나로서는 ‘글씨를 못 쓰는 일’이 그리 대수롭지 않고 ‘글씨를 잘 쓰는 일’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를 아주 뚜렷하게 느끼기에 “아이들하고 함께 살면 누구나 글씨를 잘 쓸 수밖에 없어요.” 하고 말씀을 올린다. 요즈음 ‘베껴쓰기(필사) 바람’이 꽤 부는데, 굳이 다른 사람 글을 베껴서 쓰지 않아도 글씨는 얼마든지 정갈하면서 이쁘게 잘 쓸 수 있다. 깍두기공책이 되든 흰종이가 되든 다 좋으니, 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글씨를 몸소 가르쳐 주면 ‘글씨는 누구나 참말로 이쁘게 잘 쓸’ 수 있다. 글씨책(글씨 교본)을 사서 아이한테 안기지 말고, 교과서 글씨를 따라하게 하지 말고, 어버이가 연필을 손에 쥐고 차근차근 ㄱㄴㄷ을 그리다 보면, 또 그냥 ㄱㄴㄷ만 그리지 말고 어버이 나름대로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살림 이야기를 지어서 찬찬히 글을 쓰다 보면, 누구나 이쁜 손글씨가 된다. 나는 군대에서 이태 동안 ‘궤도 글씨’를 써야 하기도 했고, 출판사에서 ‘국어사전 글쓰기’를 한다든지 여러 가지 책일을 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하고 열 해째 살며 늘 아이들한테 ‘글씨를 보여주’며 살다 보니 저절로 글씨가 예쁘게 거듭난다고 느낀다. 그리고 아이들한테 ‘어버이 살림 이야기’를 그날그날 새롭게 손으로 써서 함께 읽으면 ‘글쓰기’까지 덩달아 곱게 거듭나지 싶다. 2016.12.1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