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ㅂ씨



  미술평론가 ㅂ씨가 있습니다. 이분은 몇 해 앞서 나한테 ‘헌책방 사진’을 줄 수 있느냐고 물은 적 있습니다. 이분이 어느 매체에 실은 글로 책을 내는데, ‘헌책방’ 꼭지에서 내 사진을 쓰고 싶다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한 장을 쓰든 열 장을 쓰든 얼마든지 드릴 수 있는데, 사진을 쓰실 적에는 ‘사진 사용료’를 주어야 하고, ‘사진 저작권’은 ‘사진을 찍은 나한테 있을 뿐, 사진을 사용하는 ㅂ씨한테 있지 않다’는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책에 ‘사진 작가 이름을 밝혀야 한다’는 뜻으로 답장을 썼어요. 그랬더니 ㅂ씨는 사진 사용료를 주기 어렵다 했어요. 책에 ‘사진 작가 이름을 실을 수도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는 ‘사진 사용료’란 십만 원이나 이만 원이나 그런 돈일 수도 있지만, 책이 나올 적에 책 두 권쯤 주어도 사진 사용료로 값할 수 있다고 했는데, 내 사진을 써서 책을 내겠다고 하면서 막상 ‘사진 사용료로 책 두 권이나 한 권조차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내 사진을 쓰면서 내 사진을 썼다는 대목을 그 책에 밝히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내 사진을 이녁한테 줄 수 없다고 했어요. 이래저래 생각해 보면 참으로 그렇지요. 나로서는 미술평론가 ㅂ씨한테 ‘그렇다면, 책 한 권조차 주지 못한다는데 내 사진을 함부로 줄 수 없다’고, ‘무료 사용’을 바라신다면 ㅂ씨 스스로 헌책방에 찾아가서 사진을 찍어서 실으면 될 노릇이 아니냐고 대꾸할밖에 없습니다. 내가 찍은 헌책방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이녁 책에 쓰고 싶다면 마땅히 사진 사용료를 주고, 사진 저작권을 또렷이 밝혀야 할 텐데, 이 두 가지 모두 못하겠다면 나로서는 그분한테 어떻게 내 사진을 함부로 줄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는 노릇이에요. 이러고서 그 미술평론가 ㅂ씨하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이녁이 쓰는 글은 글삯을 받아서 책을 내면서, 이녁 책에 함께 쓰이는 사진을 놓고는 아무 대접을 해 주지 못하는 분이라면, 이분은 ‘출판·문화·평론·예술·사진’하고는 동떨어진 일을 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분이 요새 ‘문단 성폭력’하고 얽혀 여러모로 말밥에 오릅니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럴 만하네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2016.11.2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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