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사샤 마틴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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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74



195주 동안 195 나라 요리를 짓는 사랑

― 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사샤 마틴 글

 이은선 옮김

 북하우스 펴냄, 2016.9.8. 15800원



  《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북하우스,2016)라는 책은 글쓴이 사샤 마틴 님이 보내야 한 어린 나날을 바탕으로 ‘어떤 밥 한 그릇이 마음을 따스히 어루만져 주었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힘들고 외로운 때일수록 손수 밥을 지어서 먹는 살림에서 새롭게 기운을 얻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사샤 마틴이라는 분은 아버지를 모르는 채 어머니랑 오빠하고 어린 날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 혼자 살림을 꾸리기에 벅차기도 했지만, 둘레에서 ‘여자 혼자 두 아이를 맡아 돌보는 살림’을 그냥 두지 않아서, 사샤 마틴하고 이녁 오빠는 ‘보호 가정’이라는 법원 조치를 받으면서 다른 집 울타리로 쫓겨나야 했대요. 이녁 어머니는 법원에 아이들을 더는 빼앗기고 싶지 않아 끝내 두 아이를 ‘잘 맡아 돌봐 줄 사람’을 찾아보았고, 사샤 마틴하고 이녁 오빠는 어머니하고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른 집 아이’로 자라야 했다고 합니다.



엄마가 우리를 위해서 마련하고 싶어 했던 것은 크랜베리 주스가 아니었다. 엄마는 어린 시절을 보낸 그 시끌벅적했던 부엌, 그 이민 가족의 무대를 갈망했다. 우리에게 전통을 물려주고 싶어 했다. (43쪽)



  어릴 적에는 어머니가 어떤 밥을 어떻게 차려 주는가를 제대로 몰랐다고 합니다. 사샤 마틴 님이나 오빠는 ‘가난한 살림’인 줄 느끼지 않았다고 해요. 이녁 어머니는 아이들이 늘 즐겁고 놀고 웃고 노래하고 어우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림을 꾸렸대요.


  그런데 사회와 법과 학교에서는 ‘돈이 없으면 가난하다’고 여겼고, ‘가난하면 즐거움을 못 누린 채 어둡게 자란다’고 여겼다는군요. 뭔가 대단하거나 값진 밥을 차려야만 즐거운 밥상맡이 아닌데, 대수롭지 않다 싶은 밥 한 그릇이어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으면 즐거울 텐데, 이녁 둘레에서는 이를 곱게 바라보지 않았대요.



나는 바게트 하나를 통째로 뜯어 먹으며 가로수가 늘어선 그 대로를 걸었다. 밀가루, 이스트, 물, 소금만으로 이렇게 훌륭한 빵을 탄생시킨 나라가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111쪽)



  ‘낳은 어머니’를 법원에 빼앗긴 채 보내던 어린 날, 이녁 오빠는 이 생채기를 스스로 딛고 서지 못했다고 해요. 이녁 오빠는 ‘살림이 넉넉한 다른 집’에서 마음을 꽁꽁 닫은 채 지내다가, ‘돈으로는 모자람 없이 지내던 나날’을 도무지 견디지 못하고 푸름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어떤 밥을 먹을 적에 맛있다고 하는지 곰곰이 돌아봅니다. 어버이로서 아이들한테 어떤 밥을 지어서 먹일 때에 즐거운 살림이 될까 하고 곰곰이 되새깁니다. 돈만 안 모자라면 즐거운 살림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밥상에 반찬 가짓수가 꼭 많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일에 꼭 케이크를 먹어야 하지는 않습니다. 생일잔치를 크게 벌여야 하지는 않습니다. 한식구가 서로 아끼고 보듬는 따사로운 숨결을 느낄 수 있으면, 미역국 한 그릇을 앞에 놓고도 얼마든지 웃음꽃이 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졸음에 겨워서 눈을 비비는 (남편) 키스에게 새로운 음식을 사랑할 수 있도록, 편식을 줄일 수 있도록 그를 돕고 싶다고 설명했다. 우리 딸을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음미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 보자고 했다. (283쪽)



  사샤 마틴 님은 꽤 오랫동안 헤매며 살았다고 해요. 스무 살이 넘어서며 겨우 헤매는 삶을 가라앉히는가 싶었으나, 오빠 죽음을 놓고 교회에서 받은 배상금(사샤 마틴 님 오빠가 예배당 신부님한테서 무척 큰 생채기를 받았다 하고, 오빠가 죽은 뒤 꽤 여러 해가 흐른 뒤에 이 일이 알려져서 배상금을 받았다고 해요)으로 요리학교에 들어가 요리를 배우다가도 슬픈 마음이 도져서 또 헤매다가, 고운 짝꿍을 만나서 아기를 낳고 언뜻 보기에 즐겁다 싶은 삶을 누리는가 하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를 자꾸 스스로 물었대요.


  이러던 어느 날 밤 ‘어머니가 이녁한테 물려주려고 했던 전통’을 떠올렸고, 이 전통을 새롭게 이어 보자는 생각으로 지구별 모든 나라 요리를 주마다 한 가지씩 해 보자는 다짐을 했대요.



케이크를 만지는 동안 우리가 독일인도 아니고 재료들도 비싼데 엄마가 왜 항상 이 케이크를 만들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케이크는 살아 숨 쉬는 명상의 시간이었다. 차근차근 한 발짝씩 내딛는 정신의 훈련이었다. 먹을 수 있는 기도문이었다. (339∼340쪽)



  195주에 걸쳐서 195이라는 나라를 헤아리면서 600가지가 넘는 요리를 했다고 합니다. 주마다 새로운 나라를 한 군데씩 헤아리면서 그 나라 요리를 그 나라 사람들이 짓는 손길을 익혀서 사샤 마틴 님 나름대로 요리법을 살짝 바꾸어서 밥을 지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 길이 끊어지지 않도록 누리사랑방에 꾸준히 글하고 사진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녁 곁님은 사진을 찍어 주고 누리사랑방을 함께 꾸미면서 ‘지구 요리 나들이’를 힘껏 도왔다고 해요.


  다만 이녁 곁님은 ‘누리사랑방 꾸미기’를 도와도, ‘새로운 요리’를 늘 잘 먹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편식 고치기’는 쉽지 않다고 해요. ‘globaltableadventure.com’라는 누리집으로 들어가면 사샤 마틴 님이 그동안 올린 요리에다가 요리법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국 요리는 남녘하고 북녘을 따로 나누어 올렸고, 남녘 요리에는 냉면하고 비빔밥하고 김치를 올립니다. 주마다 새로운 나라를 살펴서 새로운 요리를 마련하는데, 김치까지 후다닥 담았군요. 게다가 ‘김치 빨리 담기’라는 글까지 올려놓았어요. (한국 요리는 ‘globaltableadventure.com/category/south-korea/’에 있습니다)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면 낙오자가 되는 걸까요?”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하지만 그거 아니, 사샤?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 진정 현명한 사람이라는 거. 이제 변신을 해야지.” (226쪽)



  《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이야기책이면서 요리책입니다. 이 책에 요리법은 나오되 ‘요리 사진’은 한 장도 없습니다. 요리법을 모두 밝혀 놓기는 하되, ‘어떤 요리 하나를 하기까지 어떤 삶을 누렸는가’ 하는 이야기를 돋을새김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책은 사샤 마틴 님이 열 살 안팎 나이에 헤어져야 했던 어머니를 그리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와요. 스무 살을 넘고서야 비로소 다시 만난 어머니하고 얽힌 이야기를 애틋하면서 아프면서 기쁘게 그리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녁 어머니가 사샤 마틴 님한테 틈틈이 들려준 ‘살아가는 기운을 북돋우는 말’을 자주 찾아볼 수 있어요.



엄마는 마이클과 내게 반죽 찌꺼기와 사과 조각을 주며 우리의 ‘작품’을 마음껏 꾸며 보라고 했다. 그 오래된 나무 식탁에 다 같이 모여 있으면 좋았다. 그럴 때면 음식이 단순한 양분에 그치지 않았다. 요리라는 행위 자체가 전혀 다른 우리의 삶을 하나로 연결했다. (52쪽)



  밥 한 그릇에 사랑이 흐르니, 밥을 먹으면서 사랑을 먹습니다. 밥 한 그릇에 노래가 흐르니, 밥을 먹다가 노래를 부릅니다. 밥 한 그릇에 웃음이 흐르니, 밥을 먹다가 이야 맛있다 하고 외치면서 활짝 웃습니다. 밥 한 그릇에 꿈이 흐르니, 이 밥을 먹는 아이들은 저마다 가슴에 고운 꿈을 씨앗 한 톨로 심어 씩씩하게 자랍니다. 2016.11.26.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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