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올라간다 반달 그림책
이해진 글.그림 / 반달(킨더랜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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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되어 버린 ‘곰’

― 개미가 올라간다

 이해진 글·그림

 반달 펴냄, 2016.8.16. 13000원



  문득 팔뚝이 간지러워서 쳐다보면 개미 한 마리가 볼볼 기어서 올라오곤 합니다. 내 팔뚝을 타고 오르는 개미를 볼 적마다 으레 속으로 묻습니다. ‘얘, 개미야, 넌 어디에서 날아와 내 팔뚝에 앉았니?’


  밭에서 흙을 만진다면 개미쯤 팔뚝에 앉을 만합니다. 아이들이 흙놀이를 하는 풀밭 한쪽에 앉아서 아이들 놀이를 물끄러미 쳐다본다면 이때에도 개미는 내 다리를 타고 올라와서 팔뚝까지 오를 만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때로는 군내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개미를 느끼고, 읍내 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살피다가 개미를 느낍니다. 참말로 이 개미는 언제 어떻게 내 팔뚝까지 타고 함께 마실을 왔을까 궁금합니다.


  《커다란 구름이》라고 하는 환한 그림책을 선보인 적 있는 이해진 님이 새롭게 빚은 《개미가 올라간다》(반달,2016)라는 그림책을 읽으며 개미를 헤아려 봅니다. 시골에서 뛰노는 우리 집 아이들은 개미를 보면, 밥상맡에서도 밥을 먹다가 개미를 쳐다봅니다. 개미가 기어가는 모습을 무척 오래도록 쳐다보기도 합니다. 여름에 실컷 노래하고는 숨을 거둔 매미가 마당에 떨어지면 어느새 개미가 몰려들어 작은 날갯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뜯어서 어디론가 가져가요. 이런 모습까지 아이들은 끝까지 지켜봐요. 겨울을 앞둔 이즈음 사마귀가 짝짓기를 마치고 알까지 낳은 뒤 숨을 거두면, 이때에도 어디에선가 개미가 잔뜩 나타나서 암사마귀 몸을 낱낱이 뜯어서 저희 개미집으로 가져갑니다.


  그림책 《개미가 올라간다》에는 ‘말’이 거의 없습니다. “개미가 올라간다”라든지 “기린이 올라간다” 같은 말이 드문드문 나옵니다. 개미도 잔나비도 기린도 나무를 타고 오른다고 해요. 여러 짐승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니 우듬지가 나왔고, 우듬지에 오른 이 짐승들을 잡아먹으려고 ‘곰’도 나무를 타고 올라간대요.


  어찌 보면 뜬금없지요. 웬 잔나비에 웬 기린에 웬 곰? 그리고 곰은 왜 이 짐승들을 잡아먹는대? 그런데 말이지요, 모든 짐승을 다 잡아먹고 우듬지에서 낮잠을 자는 곰을 개미들이 덮쳐요. 개미들이 곰을 잡아먹는대요.


  자, 그러면 개미한테 잡아먹힌 곰은 어떻게 될까요? 아니, 곰을 잡아먹은 개미는 어떻게 될까요?

  그림책은 “잘 익었다” 한 마디로 끝을 맺습니다. 이러면서 ‘아까 곰한테 잡아먹힌’ 모든 짐승이 살아나서 광주리에 ‘감’을 잔뜩 이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요.


  아하, ‘곰’이 ‘감’이 되었다는 뜻이로군요. 봄 여름 가을을 지나 어느새 나무에 새빨간 열매가 맺었다는 소리로군요. 이해진 님은 아이들마냥 ‘개미 무리’를 신나게 들여다보고 놀듯이, 그림책 《개미가 올라간다》로 생각놀이를 지었구나 싶습니다. 2016.11.23.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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