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 난 책읽기가 좋아
마인데르트 드용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짐 맥뭘란 그림 / 비룡소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160



새끼 고양이를 품은 늙은 개

― 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

 마인데르트 드용 글

 짐 맥뮐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펴냄, 2004.9.24. 7000원



  고양이를 길러 보셨나요? 개를 길러 보셨나요? 개하고 고양이를 함께 길러 보셨나요? 이 세 갈래 가운데 한 갈래에 서 본 적이 있다면 마인데르트 드용 님이 빚은 어린이문학 《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비룡소,2004)를 읽으며 가슴 한켠이 촉촉하게 젖거나 찡하거나 움찔하거나 움직이리라 생각합니다.



그 개는 주인아저씨의 개였어요. 너무 늙어서 눈이 멀고 몸도 불편했어요. 너무 늙어서 귀도 잘 안 들리고 냄새도 잘 못 맡았고요. 하지만 느낄 수는 있었어요! 배고프고 목마른 것도 느끼고, 따뜻하고 추운 것도 느끼고, 사랑과 친절과 외로움도 느끼고, 간절하게 바랄 줄도 알았어요. (10쪽)


늙은 개는 듣고 보진 못하지만 느낄 수는 있었어요! 새끼고양이가 까칠까칠한 혀로 핥으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늙은 개는 새끼고양이가 핥기 좋게 고개를 숙였어요. (18쪽)



  《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를 보면, 맨 먼저 늙은 개가 나옵니다. 너무 늙어서 어느 모로 보면 죽음을 앞두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늙은 개는 ‘죽음을 앞둔 개’가 아닙니다. 그저 ‘아주 많이 늙은 개’요, 아주 많이 늙었기에 ‘더 사랑받고 더 손길받으며 더 삶을 즐거이 누리고픈’ 개예요.


  아무래도 늙은 개만 사랑받고 싶지 않으리라 느껴요. 우리 사람들도 나이가 들수록 몸에서 힘이 줄거나 눈도 어두워진다면 더욱 사랑을 받아야 해요. 손수 밥을 짓지 못하고, 곁에서 어깨를 짚어 주지 않을 적에 걷지 못한다면, 참으로 깊고 넓게 사랑을 받아야지요.


  《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에는 늙은 개 다음으로 여러 고양이들이 나옵니다. 이 고양이들 가운데 어미 고양이는 새끼를 낳는데, 새끼가 모두 일곱이래요. 이 일곱 새끼는 저마다 어미 고양이한테서 사랑을 받는데 그만 막냇고양이 한 마리만 좀처럼 사랑을 못 받는대요. 아니, 사랑을 못 받는다기보다 언니인 고양이들한테 힘으로도 몸집으로도 밀려서 젖도 우유(집임자가 주는 우유)도 거의 못 먹는다는군요.



저 밑에서 덩치 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새끼고양이가 나무 밑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한 어둠만이 펼쳐져 있었어요. 새끼고양이는 발톱에 더욱 힘을 주고 휘청거리는 높은 가지에 꼭 매달렸어요. (41쪽)


새끼고양이는 지금 지쳐서 자고 있지만, 사실 길을 잃은 거예요. 지금 새끼고양이는 개들과 어미고양이와 여섯 형제가 있는 헛간에서 겨우 일곱 집, 일곱 마당 떨어진 곳에 있었어요. 하지만 새끼고양이는 돌아갈 길을 몰랐어요. (66쪽)



  자연 사회에서는 흔히 ‘도태’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 자연에서는 스스로 힘을 내지 못하는 여린 목숨은 그만 숨을 잃어야 한다고 해요. 이 대목은 어느 모로 보면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여린 목숨도 사랑받으면서 살고 싶지요. 가장 여리고 작고 낮은 목숨도 이 땅에 태어난 기쁨을 누리고 싶어요.


  이리하여 《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는 이 대목을 넌지시 건드립니다. 먼저 ‘사랑받고 싶은 늙은 개’ 이야기를 부드럽게 보여주고, 다음으로 ‘사랑받고 싶은 여린 새끼 고양이’ 이야기를 따스하게 보여주어요.



아저씨는 깜짝 놀라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아저씨는 새끼고양이가 헛간에 있는 철망 우리 속에서 늙은 개랑 함께 살았던 것도 몰랐어요. 그러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죠. (79쪽)



  농장을 거느리는 집임자는 여러모로 바쁘고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집임자는 막상 이녁 헛간에서 늙은 개하고 새끼 고양이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까맣게 몰라요. 집임자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긿을 잃고 헤매다가 저희 집에 들어와서 쉬는 줄로만 여겼지만, 정작 새끼 고양이는 그 집임자네 헛간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였고, 어미젖도 제대로 못 물고 배를 곯다가 어느 날 ‘늙은 개가 머무는 개집’으로 굴러떨어져서 ‘늙은 개하고 새끼 고양이’가 서로 아끼면서 한동안 지냈다는군요. 이러다가 새끼 고양이는 바깥마실을 살짝 한다고 하다가 집이 어디인지 길을 잃었는데 용케 이리저리 헤맨 끝에 ‘늙은 개’ 곁으로 돌아갔대요.


  동화라고 하는 어린이문학에서 줄거리라든지 가르침도 뜻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문학에서는 줄거리하고 가르침을 넘어, 삶을 사랑하는 살림을 따사롭게 들려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대목이 참으로 뜻이 있지 싶어요. 어린이문학 《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는 이런 대목에서 눈여겨보고 아낄 만한 이야기책이라고 봅니다. 어버이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조곤조곤 읽어 주면 좋을 이야기요, 할아버지가 어린 아이들을 곁에 앉히고 이 책을 나긋나긋 읽어 주어도 참으로 좋을 이야기로구나 싶습니다.


  아웅다웅 다투는 개하고 고양이 사이가 아니라, 얼마든지 서로 아낄 수 있는 개하고 고양이 사이라고 하는 흐름을 잘 짚는 책입니다. 늙은 개하고 여리고 작은 새끼 고양이가 서로 어떻게 아끼고 따스히 품는가 하는 대목을 곱게 들려주는 책입니다. 새끼 고양이가 겪어야 하던 가시밭길은 참 안쓰럽지만, 그 가시밭길에도 지지 않고 더욱 씩씩하게 일어서면서 스스로 기쁜 삶을 찾은 대목도 더없이 예쁩니다. 2016.11.1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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