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도서관학교 일기 2016.10.29.)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우리 집 뒤꼍에 석류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석류나무는 큰 감나무 옆에 있었어요. 처음 고흥집으로 살림을 낼 적에는 자그마했지만 어느새 제법 자라 올봄에 뒤꼍 너른 자리로 옮겨심었어요. 너른 자리로 옮겨심으니 꽃이 제법 피고 열매도 제법 맺습니다. 올해에 맺은 석류알을 훑어서 씨앗을 덜어 도서관학교 둘레에 심어 봅니다. 몇 톨이 싹터서 나무가 될는지 잘 모릅니다.
도서관학교 둘레에는 작은 흙더미가 몇 군데 있습니다. 이 흙더미는 아이들한테 좋은 놀이터입니다. 아이들은 흙더미를 ‘산’으로 여겨 올라타고는 죽죽 미끄럼을 타며 내려옵니다. 흙더미를 둘러싸고 환삼덩굴이 잔뜩 뒤덮고 쑥이 돋았는데, 드디어 오늘 환삼덩굴하고 쑥을 거의 다 덜어냅니다. 작은아이는 좋아라 웃으며 흙더미에 올라가더니 “아버지 나 어디 있게?” 하면서 ‘아직 덜 걷어낸 쑥대밭’ 사이에 숨습니다. 늦가을을 앞두고 거의 마른 쑥대는 어른 키만 하기에 작은아이가 숨바꼭질을 하기에 좋습니다.
슬슬 도서관학교 큰나무 둘레 풀을 걷어냅니다. 큰나무 둘레 풀을 걷은 지 얼추 닷새쯤입니다. 이제 큰길가 풀까지 걷습니다. 마침 이때에 마을 어른들이 지나가다가 제 낫질을 봅니다. 도서관학교 어귀에 있는 커다란 아왜나무를 두고 ‘그늘이 져서 나쁘’니 베어내면 좋겠다고 얘기하십니다. 이 아왜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써야겠다고 하시기에, 마을 어른들도 나무를 모르시네 하고 생각하며 말씀을 올립니다. “이 나무는 아왜나무예요. 불이 나면 나뭇가지나 줄기에서 물이나 거품이 나와서 불이 못 퍼지게 막아요. 그래서 숲이나 산에 한 줄로 길에 심어서 산불을 막는 구실을 해요.”
아왜나무를 땔감으로 쓴다면? 아마 불이 꺼질 뿐 아니라, 다른 장작까지 못 쓸 테지요. 우람하게 잘 자란 나무는 마을에서 ‘명물’도 되고, 멋진 볼거리에 ‘좋은 그늘’이 될 만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칠 적에는 비도 바람도 막아 주어요. 나무 한 그루가 쉰 해 남짓 자라서 우뚝 선다면, 이 나무는 돈으로 사거나 헤아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도 삼고 집짓는 기둥이나 도리로도 삼으며 책도 짓고 연필이나 종이도 지어요. 그러나 모든 나무를 다 베지는 않아요. 알맞게 돌보고 집이나 마을 둘레에도 살뜰히 건사해요. 도서관학교 나무가 이만큼 살아남은 대목을 고이 여기면서 이 시골마을 지킴님 구실로 바라보아 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