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고집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5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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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90



나랑 똑같은 사람을 코앞에서 본다면

― 옹고집

 홍영우 글·그림

 보리 펴냄, 2011.2.21. 11000원



  ‘옹고집’은 우리 옛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예부터 어른들은 아이들을 모아놓고서 이 옹고집 이야기를 도란도란 들려주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여러 가지 그림책이 저마다 재미나게 나와요.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다 다른 목소리와 말맛으로 이야기를 들었고, 오늘날에는 다 다른 손길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누립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큰 부자가 살았어. 성이 옹가인데 평생 남한테 뭐 하나 해 준 일 없고 심술은 또 얼마나 사나운지 남 잘되는 꼴도 못 봐. 게다가 못된 고집은 질기기가 쇠가죽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옹고집이라 불렀어. (1쪽)



  홍영우 님이 빚은 《옹고집》(보리,2011)을 읽습니다. 홍영우 님은 일본에서 1939년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녁은 일본에서 나고 자라는 ‘한겨레 어린이’한테 우리 옛이야기를 구수한 그림결로 베푸는 일을 했다고 해요. 이 그림은 이제 남녘 어린이한테도 구수한 이야기로 찾아듭니다.


  홍영우 님은 《흥부 놀부》나 《도깨비방망이》나 《해와 달이 된 오누이》나 《바보 온달》이나 《신기한 독》 같은 그림책을 예쁘게 그렸습니다. 그림이 예쁘기도 하지만 살짝 익살맞기도 하고, 나쁜 놈도 착한 놈도 모두 둥글둥글 부드러운 결입니다.


  어쩜 모두 둥글둥글 그릴까 싶다가도, 가만히 돌아보면 모든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다는 대목이 떠오릅니다. 처음에는 나쁜 놈도 착한 놈도 없어요. 모두 똑같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숨결을 받아서 태어나요. 그런데 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아이들이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그만 ‘옹고집’ 같은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옹고집이 소리치면 가짜 옹고집은 더 큰 소리로 맞받아 쳐. 이거 참 기가 막혀 숨이 넘어갈 지경이지 뭐야. (11쪽)



  ‘옹고집’은 착하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몸짓은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대요. 참말로 심술꾸러기에다가 못된 짓을 일삼았대요. 먹고사는 걱정이 없고, 재산이 아주 많다는데, 이웃하고 기쁨을 나누는 일이 없었대요.


  이웃하고 기쁨을 나누지 않기에 부자가 될까요? 이웃하고 기쁨을 넉넉히 나눌 줄 아는 부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일까요? 부자가 되면 이웃을 괴롭히는 몹쓸 짓을 해도 될까요? 부자로 살기에 이웃을 아무렇게나 괴롭히거나 윽박질러도 되는 셈일까요?


  ‘옹고집’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놈 참 큰코가 다쳐 보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 그대로 옹고집은 참말로 큰코가 다칠 일을 겪어요. 바로 ‘옹고집’ 이녁하고 똑같은 ‘허수아비’를 만나거든요. 어느 날 옹고집은 ‘동냥하는 스님’ 한 분을 발로 걷어차면서 내쫓는데, 이 일을 겪은 스님이 옹고집네 집에 허수아비 하나를 던지고, 이 허수아비는 사람으로 깨어나서 옹고집하고 똑같이 생긴 모습으로 똑같은 말씨로 날뛰어요.



거지꼴을 한 옹고집이 주춤주춤 대문 안에 들어서 누구 하나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그런데 가짜 옹고집은 단박에 알아보고 펄펄 뛰며 호통을 치는 거야. “예끼! 망할 놈의 사기꾼이 또 나타났구나. 곤장 맛 또 한 번 보고 싶더냐?” (27쪽)



  오늘날 과학 테두리에서 본다면 ‘옹고집’이 맞닥뜨리는 ‘또 다른 옹고집’은 클론이거나 복제품이거나 아바타입니다. 그러나 ‘참 옹고집’이 아닌 ‘거짓 옹고집’인 ‘허수아비’이지요.


  옛이야기 《옹고집》은 옹고집이라는 괘씸한 부자 녀석이 ‘허수아비 옹고집’을 만나서 그동안 옹고집 제가 저지른 모든 몹쓸 짓을 고스란히 겪는 일을 들려줍니다. 게다가 이런 일을 자그마치 열 해나 겪어야 하지요.


  옹고집은 열 해 동안 ‘제 아바타이자 클론이자 복제품인 허수아비’한테서 큰코가 다친 뒤에 새로운 몸으로 깨어날 수 있을까요? 옹고집은 그동안 제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온몸 깊숙이, 뼛속까지 속속들이, 온마음으로 크게 깨우칠 수 있을까요?


  옛이야기 《옹고집》을 읽으면서 새삼스레 ‘허수아비’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우리랑 똑같은 사람을 코앞에서 본다면 어떤 느낌이 될까요? 우리가 하는 모든 짓하고 똑같은 모습을 코앞에서 맞닥뜨려야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내가 이웃한테 말하는 대로 이웃이 나한테 똑같이 말한다면, 내 말씨는 어떻게 거듭나야 할까요? 내가 동무한테 굴듯이 동무가 나한테 똑같이 군다면, 내 살림살이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2016.10.1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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