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 - 누구나 과학을 통찰하는 법
정인경 지음 / 여문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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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272



과학이란, 지식이 아닌 삶을 살피는 발걸음

― 과학을 읽다

 정인경 글

 여문책 펴냄, 2016.9.5. 17800원



  과학은 과학자한테만 맡길 수 있을까요? 얼핏 본다면 과학은 과학자한테 맡기는 일이 가장 나을 듯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치는 정치가한테만 맡기고, 경제는 경제 전문가한테만 맡기며, 교육은 교육 전문가한테만 맡길 수 있어요. 문학은 전문 문학인한테만 맡기고, 운동은 프로 운동선수한테만 맡기며, 집안일은 ‘가정주부’나 ‘파출부’한테만 맡길 수 있을 테지요.



과학 공부를 하는 목표는 지식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지식이 왜 중요한지를 알고 자신의 삶과 연결해서 생각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 예컨대 우주와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 이런 것이 과학 공부의 목표다. (12쪽)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고 과학책을 읽어 주는 일을 한다는 정인경 님이 쓴 《과학을 읽다》(여문책,2016)를 읽습니다. 정인경 님은 《과학을 읽다》라는 책으로 여러 가지를 꾀한다고 합니다. 첫째, 과학은 과학자들끼리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대목을 밝히려 합니다. 둘째, 과학은 지식만 찾거나 쌓거나 다루는 일이 아니라는 대목을 밝히려 해요. 셋째, 과학은 우리 삶 어디에나 있으며, 이를 슬기롭게 깨달으면서 살림을 스스로 짓는 길을 찾으려 하면 누구나 ‘과학 하는 삶’이라고 하는 대목을 밝히려 한답니다.


  이리하여 정인경 님은 《과학을 읽다》라는 책을 바탕으로 ‘과학은 과학자한테만 맡길 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과학자는 과학만 파고들어서는 안 될 노릇’이라고 이야기해요.


  이 이야기를 다른 자리에 빗대어 말해 본다면, 아버지 자리에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 돈만 잘 벌어다 주면 되지 않는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아버지라면 ‘돈 버는 일’뿐 아니라, 집에서 ‘아버지 구실’도 하고, ‘아이를 아버지로서 가르치는 길’도 걸을 수 있어야 하며, ‘아버지 나름대로 집살림을 가꾸고 돌보는 일’도 맡을 수 있어야겠지요. 정치를 하는 이들도 정치만 파고들 일이 아니라, ‘여느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지켜보고 어깨동무하며 함께할 수 있어야 해요. 이러지 않고서야 제대로 된 정책을 펼 수 없으리라 느껴요.



우리는 정작 인간을 이해하고 있기는 한 것인가? 그동안 우리는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40쪽)


마음 읽기는 인간 지능의 특별한 능력이다. 마음 읽기 능력을 ‘마음 이론’이라고도 하는데, 마음 이론은 다른 사람에게도 나와 같이 느끼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고 추론하는 능력이다. (55쪽)



  과학자가 과학만 파고든다면 ‘핵무기’를 비롯한 전쟁무기를 만들면서도 막상 ‘과학으로 만드는 전쟁무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하나도 모를 수 있어요. 이러면서도 과학자는 ‘나는 과학만 했을 뿐이다. 나는 전쟁에 한몫 거들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겠지요.


  과학자는 마땅히 과학부터 슬기롭게 파헤칠 줄 알아야 할 텐데, 과학뿐 아니라 사회도 문학도 문화도 파헤칠 줄 알아야 하고, 집에서는 살림꾼 노릇도 할 줄 알아야 하며, 마을에서는 마을 일꾼 노릇도 할 줄 알아야 하겠지요. 온누리를 넓고 깊게 바라보는 눈썰미를 키울 적에 과학도 과학답게 아름다이 가꿀 만하리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연구실에 갇힌 과학은 어쩌면 과학에조차 제대로 이바지를 못할 수 있어요. 연구는 하지만 이 연구를 누가 어디에 어떻게 왜 쓰는가를 살피지 않는다면  대단히 무시무시한 일을 ‘과학 연구’라는 이름으로 저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트겐슈타인에게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삶이었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철학적 문제였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살 수 없었다. (142쪽)


과학자가 과학만 연구하면 되지, 세상사에 무슨 관심을 두냐고 하겠지만 파인만은 과학의 연구와 세계의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가치란 무엇인가? (164쪽)



  《과학을 읽다》라는 책은 몇 가지 과학책을 ‘과학자 아닌 여느 사람들’이 쉽게 손에 쥐어 읽을 수 있도록 이끌려는 뜻도 있습니다. 이러면서 오늘날 ‘마음 과학’ 이야기도 살며시 다룹니다. 연구와 공식과 실험에만 그치는 과학이 아니라, 사람을 밝히고 마음도 짚으며 삶을 되새기는 길에서 과학이 어떤 몫을 맡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요.



인간의 뇌는 중력을 느끼지 못하고 빛으로 사물을 보는데 이 모든 감각은 외부 세계의 성질을 단순화시켜 내면화하는 과정이었다. 복잡한 정보를 다 취할 수 없어서 살아가는 데 유용한 정보만을 받아들이도록 진화한 것이다. (318쪽)


그런데 뇌는 무계획적이고 우연적인 진화의 과정에서 시행착오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323쪽)



  밥을 지으면서 문득 과학을 떠올려 봅니다. 밥짓기도 어느 모로 보면 과학이 되리라 생각해요. 쌀을 어느 만큼 불리고, 물을 어느 만큼 맞추며, 불을 어느 만큼 올려서 짓느냐에 따라 밥맛이 바뀌어요. 과학 연구를 하는 이들은 이 같은 밥짓기를 헤아리면서 ‘전기 밥솥’을 만들었겠지요.


  그냥 보면 그저 수수한 밥짓기이지만, 이 밥짓기를 곰곰이 살피고 꼼꼼히 따져야 비로소 전기 밥솥을 만듭니다. 밥주걱이나 국자도 과학이 깃들어요. 그냥 만들지 못하는 주걱이요 국자예요. 옛날에는 나무를 깎은 주걱만 있다가, 한때 플라스틱으로 값싼 주걱이 나오다가, 이제 환경호르몬 문제를 따지면서 스테인리스로 만드는 주걱이나 국자가 나와요.


  수세미에도 과학이 깃들어요. 수세미는 옛날에는 ‘수세미 열매’를 말려서 썼고, 오늘날에는 ‘수세미 열매’로 어떻게 때를 벗기고 그릇을 부시는가를 따져서 ‘다른 물질을 섞어서 인공 수세미’를 만들지요.


  수수한 여느 살림이 있기에 과학이 이를 북돋울 수 있다고 할까요. 수수한 여느 살림을 한결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살찌우려는 뜻으로 과학 연구가 이루어지는 셈이라 할까요.



인간의 사고 영역에서 이성이 감정보다 우월한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최근 뇌를 연구하다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뇌에는 감정을 일으키는 특정 부위가 있지만 이성은 실체가 없는 것이었다. (342쪽)



  과학을 읽으면서 삶을 읽습니다. 삶을 읽으면서 과학을 읽습니다. 우리 몸에 깃든 과학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우리 마음을 과학으로 낱낱이 따지면서 ‘마음읽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새롭게 살펴봅니다. 과학이란, 지식이 아닌 삶을 살피는 발걸음이라고 하는 대목을 가만히 그려 봅니다. 2016.10.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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