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면활성제·화학성분’ 없는 치약·비누는 어디에?

[시골노래] ‘유용미생물(EM)’로 이 닦고 씻고 빨래를



스무 살에 제금을 난 뒤로 늘 손으로 빨래했습니다. 작은아이가 태어나고서야 비로소 집에 빨래기계를 들였지만, 이 빨래기계를 쓰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스무 해 남짓 손으로 빨래를 하면서 ‘재활용비누’만 썼지만, 곁님은 이 재활용비누에도 ‘계면활성제’가 들었으니, 계면활성제 없이 빨래를 하는 길을 찾아보자고 했어요.


털어놓고 말하자면, 저는 스무 해 남짓 손빨래를 하며 살았어도 막상 ‘계면활성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재활용비누쯤 되면 여느 비누보다 ‘화학성분이 덜 들었겠거니’ 하고만 여겼어요. 그러나 한 가지는 느꼈어요. 아무리 화학성분이 덜 든 재활용비누로 빨래를 해도 이 비누 냄새가 옷에 배어요. 여느 합성세제만큼 짙게 배는 냄새는 아니지만 말이지요.


도시에 사는 이웃님한테서 때때로 아이들 옷을 선물받아요. 이웃님들은 ‘물려주는 옷이기에 더 깨끗하게 빨아서 보낸다’면서 그만 합성세제를 듬뿍듬뿍 넣어서 빨래를 하신 뒤 보내 줍니다. 아이들 옷이 든 상자를 끌르면 맨 먼저 화학세제 냄새가 짙게 풍겨요.


선물받은 아이들 옷에 밴 화학세제 냄새를 빼려면 땡볕에 사흘쯤 펼쳐서 말린 뒤에 빨래를 한 번 해서 다시 며칠 땡볕에 말려요. 이러고서 한두 번 더 빨래를 해서 다시 땡볕에 말린 끝에야 비로소 냄새가 빠지면 아이들한테 입힙니다.


빨래를 하거나 몸을 씻을 적에 쓰는 비누는 어떻게 장만해야 할까요? 계면활성제도 방부제도 향료도 색소도 표백제도 형광증백제도 안 쓰는, 그야말로 ‘무첨가비누’는 어디에서 사야 할까요? 아이들하고 살며 아무 비누나 쓸 수 없다고 뒤늦게 깨달을 무렵 곁님은 이렇게 말했어요. “사다 쓸 생각을 하지 말고, 우리가 손수 지어서 쓸 생각을 해야지요.”


가장 맞는 말이고, 틀림없이 옳은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 비누도 우리 치약도 우리 나름대로 어떻게 지어서 쓸 만한가를 생각하고 찾아보고 배우기로 했어요.


요즈음 ‘가습기 살균제 치약’이 말썽거리로 떠올라요. 나라에서는 ‘사람 몸에 나쁘지는 않다’고 밝혀요. ‘이를 닦다가 삼켜도 죽지 않는다’면 그대로 써도 좋다는 뜻이 될까요? ‘삼켜도 죽지 않는다고 하는 온갖 화학약품’을 쓰기보다는 ‘삼켜도 몸에 좋다고 할 만한 천연소재’를 써서 치약이나 비누를 만들어야 올바른 노릇이 아닐까요?


이를 닦을 때 처음에는 생협에서 파는 ‘천연치약’을 써 보았습니다. 그런데 시골에서 살며 ‘생협 천연치약’을 장만하려면 큰 도시까지 가야 해요. 아무래도 너무 힘들어서 ‘사다 쓰는 치약’은 끝내기로 했어요. 그래서 ‘먹는 숯’을 한동안 써 보았습니다. ‘먹는 숯’을 다 쓰고 나서는 ‘소금’을 써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보글보글 거품이 나는 치약’을 쓰다가 숯이나 소금을 쓰라고 할 적에 몹시 싫어했습니다. 숯으로 처음 이를 닦을 적에는 보름 즈음 싫은 티를 내다가 나중에는 재미있다고 숯으로 닦으며 깔깔거리고 놀아요. 소금으로 이를 처음 닦던 아이들은 너무 짜서 싫다고 하다가 며칠 지나니 소금으로 이를 닦을 적에 재미있다며 또 깔깔거리며 놀이하듯이 닦더군요.


이다음으로 우리가 쓴 ‘우리 집 치약’은 ‘유용미생물 치약’입니다. 흔히 ‘이엠치약’이라고도 해요. 이 이엠치약은 가게에서 파는 치약하고는 달라요. 우리 집에서는 ‘물’을 입에 머금은 뒤에 이를 닦아요. 우리 집에서는 ‘이엠 물치약’을 쓰고, 이 물치약은 다음처럼 마련합니다.


ㄱ. 쌀뜨물을 모읍니다. 쌀뜨물은 세 번까지만 모읍니다. 쌀은 흰쌀만 쓰지 않고 누런쌀(현미)과 여러 다른 쌀(잡곡)을 고루 섞어서 쌀뜨물을 얻습니다.

ㄴ. 쌀뜨물을 페트병에 담고 이엠원액과 당밀을 넣습니다. 1.8리터에 이엠원액 20밀리리터와 당밀(또는 설탕) 20밀리리터를 넣습니다.

ㄷ. 여기에 굵은소금 한 꼬집(찻잔으로 한두 번)을 넣습니다. 맛소금이 아닌 굵은소금입니다.

ㄹ. 페트병 목구멍까지 차오르지 않도록 넣어야 합니다. 이엠이 발효하면서 자칫 넘치거나 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ㅁ. 이렇게 하고서 가끔 뒤집어 주며 이레 남짓 지나면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련한 ‘이엠발효액’은 되게 세요. 이대로 그냥 써도 되지만, 처음에는 너무 세다고 느낄 수 있으니 물을 알맞게 타서 쓰면 한결 낫습니다. 이를 닦을 적에 바로 이 ‘이엠발효액에 물을 조금 섞어’서 입에 머금은 뒤에 잇솔질을 해요.


설거지를 할 적에는 이엠발효액을 그대로 써요. 기름기가 있는 그릇이 나오는 날은 마당에서 풀잎을 뜯어서 먼저 그릇을 부셔 주지요. 모싯잎이나 쇠무릎잎이나 쑥잎이나 다 좋아요. 어떤 풀잎이든 기름기를 잘 빨아들여 주니, 이렇게 애벌설거지를 하고서 이엠발효액을 수세미에 묻혀서 설거지를 하면 뽀독뽀독 소리까지 날 만큼 말끔하게 잘 됩니다.


생각해 보면 ‘수세미’는 땅에서 자란 ‘수세미풀 열매’예요. 오늘날에는 화학섬유로 ‘화학수세미’를 많이 쓰지만, 옛날에는 수세미 열매를 말려서 설거지를 할 적에 썼어요. 그러니까 ‘풀잎으로 하는 설거지’는 그릇에도 우리 살림에도 도움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빨래를 할 적에는 큰 스텐통에 옷가지를 물과 함께 담그고는 이엠발효액을 빨래 부피에 맞게 부어요. 이러고서 살살 섞지요. 삼십 분이나 한 시간쯤 담가 준 뒤에 신나게 헹구면 빨래 끝! 비누로 비빔질을 하지 않아도 깨끗하고 냄새가 없어요. 끝마친 빨래는 마당에 널어 햇볕을 쪼이면 햇볕과 바람이 잘 말려 주면서 아주 좋은 냄새가 보송보송하게 깃듭니다.


머리를 감을 적에는 이엠발효액을 대야에 알맞게 물을 타서 받지요. 이렇게 하면 몸을 씻든 머리를 감든 설거지를 하든 빨래를 하든, 우리 집에서 나오는 구정물은 흙이나 냇물을 안 더럽힐 수 있습니다. 이 물을 고스란히 밭에 줄 수 있어요.


이엠발효액은 유리병에 담지 않고 페트병에 담아요. 발효하면서 부글부글 끓으니 자칫 터지기 때문이에요. 페트병에 담는 대목이 아쉽지만 이 대목도 나중에는 더 나은 길을 찾으려고 해요.


이렇게 하자면 번거롭거나 성가실까요? 어쩌면 번거롭거나 성가시다고 여길 수 있어요. 그런데 가게에 가서 이 치약이나 비누가 좋을까, 저 치약이나 비누가 좋을까 하고 뒷통수를 긁적이면서 ‘성분표시’를 살필 겨를에 집에서 손수 치약이나 비누를 정갈하게 지어서 쓸 수 있어요. 아이들하고 함께 해 보면 더욱 재미나요. 아이들을 생각해서, 또 우리 어른 스스로를 생각해서, 여기에 우리 삶터와 지구를 생각해서 ‘우리 집 치약·비누’를 손수 지어서 쓰는 길을 함께 걸어 봐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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