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떻게 읽는 책일까



  며칠 동안 모질게 앓았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앓을 테니 누군가는 그야말로 끔찍하게 앓고, 누군가는 끙끙 앓을 텐데, 누군가는 밥을 못 먹으며 앓기도 하고, 누군가는 숨을 못 쉬며 앓곤 합니다. 나는 몸을 앓을 적에 ‘숨을 못 쉬며’ 앓습니다. 언젠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라는 영화를 보는데, 이 영화 주인공인 ‘체 게바라’가 천식 때문에 기침이 끊이지 않으면서 숨이 가빠 괴로워하는 모습이 나와요. 나는 이 대목에서 마치 내 몸이 아프듯이 그 천식과 기침을 느꼈습니다. 나한테는 천식이 없지만 갓난쟁이 적부터 달고 살던 축농증이 있어요. 가벼운 축농증도 아닌 퍽 모진 축농증이라 어딘가 아파서 골골거리면 코도 입도 목도 막혀서 숨을 한 번 마시고 뱉을 때마다 코랑 입이랑 목뿐 아니라 온몸이 아프면서 죽을 듯한데, 차마 죽지는 못합니다.


  며칠 동안 숨을 쉬고 뱉는 모든 몸짓이 아프고 힘들었어요. 코감기로 비롯하며 찾아온 몸살이 나흘째인 오늘 새벽은 퍽 괜찮습니다. 이제 숨쉬기가 제법 낫습니다. 숨쉬기가 나아지며 머리가 덜 지끈거리고, 머리가 덜 지끈거리니 집살림이나 책읽기도 좀 할 만한 몸이 됩니다.


  문득 돌아보면, 나는 내 코(숨쉬기)가 괴롭기에 이를 잊으려고 오래도록 책을 읽었구나 싶습니다. 아름다운 책에 사로잡혀서 푹 빠져들면 ‘아픈 코로 숨을 쉴 적마다 몸이 힘들다’는 생각을 잊을 수 있거든요. 그러나 천식을 앓는 사람처럼 숨이 가쁘면서 가슴이 갑갑할 적에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밥짓기도 밥먹기도 못하지만, 드러눕지도 앉지도 서지도 못해요.


  숨이란, 바람이란, 하늘이란, 사람 목숨 가운데 언제나 으뜸이라고 느낍니다. 밥을 굶거나 물을 며칠쯤 안 마실 수 있어도, 똥조차 며칠 안 눌 수 있어도, 숨은 1초 아닌 0.1초나 0.0001초조차 안 마시면 언제나 죽음하고 똑같습니다. 그래서 나로서는 “숨결 같은 이야기”나 “바람 같은 이야기”나 “하늘 같은 이야기”를 다룰 줄 아는 책이어야 비로소 내 곁에 두고 싶습니다. 2016.9.1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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