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이 꼬물꼬물 제비나비 훨훨 - 이태수의 생태 이야기
이태수 글.그림 / 한솔수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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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82



늑대가 새싹을 뜯고 진달래꽃을 먹는다지요

― 도롱뇽이 꼬물꼬물 제비나비 훨훨

 이태수 글·그림

 한솔수북 펴냄, 2016.5.20. 18000원



  우리는 오늘날 도시하고 시골, 또는 시골하고 도시,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뉜 터전에서 살아갑니다. 도시하고 시골, 또는 시골하고 도시,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뉘면서 우리가 여느 때에 늘 마주하는 ‘이웃’은 사뭇 다르기 마련입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나비나 벌이나 잠자리나 제비나 풀벌레나 개구리를 만나기란 몹시 어렵습니다. 아니, 생각조차 하기 힘들겠지요. 시내버스를 타거나 전철을 타거나 자가용을 몰면서 이 같은 ‘숲 이웃’을 마음에 둘 겨를이 없기 마련이에요. 물결처럼 흐르는 수많은 사람들과 자동차와 건물을 살피기 마련이지요.


  시골에서 살기에 나비나 벌이나 잠자리나 제비나 풀벌레나 개구리를 쉽게 만난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시골은 지난날과 달리 농약이나 비닐이나 비료가 많이 퍼지고, 더욱이 논도랑이 흙이 아닌 시멘트로 바뀌는데다가, 냇바닥까지 삽차로 갈아엎어서 시멘트로 덮곤 해요. 이러면서 시골에서도 차츰 ‘숲 이웃’이 자취를 감춥니다.



추위도 가시지 않은 겨울 끝에 산기슭을 걷다가 꽃을 만난다면 어떨까요? 2월에 절로 핀 노란 수선화를 만났어요. 환한 빛깔에 눈이 뜨이고 풀풀 나는 봄 내음에 추위가 가셨어요. (10쪽)


산소는 온통 잔디로 뒤덮인 것 같아도 들여다보면 다른 풀이 자라고 있어요. 조개나물이 무더기로 자라고, 농약을 피해 밭둑에서 이사 온 할미꽃도 자라요. 어느 때는 곱디고운 솜나물이 피어 있어요. (15쪽)


봄에는 작은 꽃이 많아요. 눈을 낮추지 않으면 지나치거나 밟고 지나가게 되지요. 마른풀에 가렸거나 가랑잎 속에 숨어 있으면 더욱 보이지 않아요. (19쪽)



  도롱뇽을 벗으로 삼고 제비나비를 이웃으로 삼는 마음을 찬찬한 그림으로 밝히는 《도롱뇽이 꼬물꼬물 제비나비 훨훨》(한솔수북,2016)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한테 ‘우리 숲살이’를 가만히 보여주는 구실을 맡기도 하면서, 어른한테 ‘우리 이웃으로 예부터 늘 함께 있던 숲’을 곰곰이 되새기도록 이끄는 구실을 맡는다고 느낍니다. 다시 말해서 어린이한테만 읽히는 그림책이 아니라 ‘숲을 잃’고 ‘숲 이웃을 잊’은 오늘날 어른한테 새롭게 눈길을 틔우도록 이야기꽃을 펼친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긴 올챙이는 손톱만 한 어린 개구리가 되어 뭍으로 나와요. 올챙이를 잡아먹고 다 자란 잠자리 애벌레도 새벽녘 벼 줄기를, 풀 줄기를 타고 기어올라 날개돋이를 하지요. (30쪽)


호랑나비는 번데기로 겨울을 나요. 봄부터 나비로 나타나서 조개나물 꿀을 먹고, 수수꽃다리 꿀을 먹지요. 백일홍과 참나리꽃이 피면 어김없이 호랑나비가 나타나요. (46쪽)



  작은 꽃을 보라고 이르는 그림책입니다. 작은 이웃을 보라는 뜻이겠지요. 눈을 낮추어 꽃을 보라고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낮은 자리에 있는 이웃을 보라는 뜻이 되겠지요. 작은 꽃을 밟고 지나가지 말자고 노래하는 그림책입니다. 낮은 자리에 있는 이웃이 아프거나 고단할 적에 모르는 척하거나 그냥 지나치지 말자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되겠고요.


  이태수 님은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도롱뇽이 꼬물꼬물 제비나비 훨훨》을 빚습니다. 사진 한 장 찰칵 찍으면 되지 않느냐고 여길 수 있을 테지만, 우리를 둘러싼 작고 가녀리면서 사랑스럽고 고운 ‘숲 이웃’을 오래도록 차분히 바라보자는 뜻을 들려준다고 여길 수 있어요. 한 번 슥 보고 지나치기보다는, 풀밭이나 숲 한복판이나 들판이나 논두렁이나 풀섶 한쪽에 살며시 앉아서 따사로운 눈길로 ‘숲 이웃’을 즐거이 마주하자는 뜻을 보여준다고 여길 만하기도 해요.



목련도 꽃이 지고 나면 붉은 열매를 맺어요. 불그레하게 톡톡 불거지는 목련나무 열매도 눈길을 끌어요. 사람이 안 먹으면 새가 먹으면 되지요. (50쪽)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많이들 부르던 노래지요. 그래서 멧토끼가 가깝게 여겨지지만 산에 들어 멧토끼를 만나기는 힘들어요. (78쪽)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하고도 살가이 나누려는 마음으로 그림을 빚습니다. 이웃을 널리 헤아리고 보금자리를 고이 가꾸려는 마음을 나누고 싶기에 그림을 그립니다. 목련도 만나고 멧토끼도 만납니다. 오소리도 만나고 너구리도 만납니다. 이제 늑대나 여우를 이 나라 숲에서 만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만, 아직 이 나라 숲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이웃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그림을 정갈하게 그립니다.


  새싹을 뜯고 진달래꽃을 맛나게 먹는다는 늑대를 돌아보면서 그림을 그려요. 이제 우리가 이런 모습을 두 눈으로 한국에서 지켜보기는 어렵습니다만, 늑대가 새싹을 뜯는 모습이나 진달래꽃을 맛나게 먹는 모습을 지켜볼 적에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운 숨결이 흐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그러니까 이태수 님은 “사람하고 다르지 않”은 ‘숲 이웃’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을 적에 우리 곁에 있는 ‘마을 이웃’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다는 마음을 나누려고 그림을 그리는구나 싶어요.



고기만 먹는 줄 알았던 산짐승이 과일을 좋아하고, 늑대가 새싹을 뜯어 먹고 진달래꽃을 따 먹는다고 해요! 사람하고 다르지 않지요. 날렵한 놈, 굼뜬 놈, 잘난 놈, 모자란 놈 …… 모두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자연이에요. (82쪽)



  도시하고 시골, 또는 시골하고 도시는 서로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사람은 알게 모르게 수많은 꽃이나 벌레나 짐승하고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하루입니다.


  눈여겨본다면 ‘우와 여기 있었네’ 하고 놀라는 마음으로 이웃을 만납니다.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그래 너희 참 곱구나’ 하고 반기는 마음으로 이웃을 사귑니다. 오랜 나날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고 따사로운 손길로 담은 그림이 부드러우면서 사랑스레 흐르는 그림책 《도롱뇽이 꼬물꼬물 제비나비 훨훨》을 어여쁜 ‘숲 그림책 이웃’으로 삼아서 책상맡에 올려놓습니다. 2016.9.8.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 이 글에 붙인 그림은 '한솔수북' 출판사에서 고맙게 보내 주어서 함께 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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