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계승자 별의 계승자 1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아작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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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해 앞서 ‘다른 지구’가 전쟁으로 사라졌다면?

― 별의 계승자

 제임스 P.호건

 이동진 옮김

 아작 펴냄, 2016.7.25. 14800원



  1977년에 처음 나왔다고 하는 《Inherit the star》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2016년에 《별의 계승자》(아작)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한국말로 나옵니다. “별을 이어받은 사람”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책은 이 이름처럼 ‘별을 이어주고 이어받은 사람’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룹니다. 자, 그럼 누가 별을 이어주었을까요? 누가 별을 이어받았을까요? 이어주거나 이어받은 별은 어디에 있는 어떤 별일까요?



콜드웰은 긴장된 공기 속에서 냉기가 서린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찰리는 5만 년 전에 죽었습니다.” (56쪽)


그들은 기계를 만들고 건물을 짓고 도시를 형성하며 대량의 철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 발전했던 흔적을 보여주는 기념비를 과거 몇 세기 동안 이루어져 온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서도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61쪽)



  《별의 계승자》 첫머리는 ‘어느 별’에서 두 사람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느 별’에서 한 사람은 죽어 갑니다. 다른 한 사람은 도무지 죽을 수 없다면서 ‘다른 어느 별’을 쳐다보면서 주먹을 불끈 쥡니다.


  아리송한 이야기로 첫머리를 열더니 한참 알쏭달쏭한 이야기가 더 흐르는 《별의 계승자》인데 56쪽에 이르러 이 책을 이루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하는 실마리가 될 한 마디가 비로소 불쑥 나옵니다. “지구 옆에 있는 달에서 우주옷을 입은 채 5만 해 앞서 숨을 거둔 사람”이 나왔다고 하는 한 마디가 흘러요.


  《별의 계승자》라는 책은 1977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이즈음 지구에서 몇몇 나라가 ‘우주 개척’을 하려고 온힘을 쏟아부었어요. 《별의 계승자》는 1970년대보다 앞선 어느 무렵에 지구에서 ‘달쯤은 가볍게 탐사를 하고 여행도 다니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런데 이런 ‘지구사람’들이 달을 탐사하다가 ‘5만 해라고 하는 꽤 아득한 지난날에 우주옷을 입고 온갖 첨단장비를 몸에 붙인 채 죽은 사람’을 보았다고 하지요.



더 이상 헌트가 할 말이 없었다. 눈앞에는 두 가지 미래가 놓여 있다. 하나는 메타다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또 하나는 무한한 우주를 향하는 것이다. 그가 첫 번째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은 인류가 다시 바닷속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과 같았다. (126쪽)


“하지만 지금까지 당신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그 이유를 모르니까.” (158쪽)


월인과 미네르바인이 동일인종인지 아닌지도 밝혀지지 않은 채, 새로운 수수께끼가 추가되었다. 가니메데인은 어디서 온 것인가? (184쪽)



  《별의 계승자》는 글쓴이가 생각을 활짝 펼쳐서 빚은 꿈 같은 소설일까요? 어쩌면 여느 사람들한테는 알려지지 않은 어떤 수수께끼를 살짝 엿보고서 넌지시 써낸 작품일까요?


  어느 쪽이 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요. 5만 해에 이르는 어느 앞날에 별에서 죽은 사람이 오늘날보다 더 앞선 과학기술이나 문명을 누릴 수 있지요. 5만 해 앞서 엄청난 지각변동이나 다른 일 때문이 아니라 ‘최첨단 과학기술로 만든 전쟁무기’ 때문에 아무런 유물(발자취)을 남길 수 없었을 수 있어요.


  또는 이 태양계에 ‘지구 아닌 다른 별에 먼저 ‘사람’이 살았으나, 지구 아닌 다른 별’은 ‘사람이 일으킨 끔찍한 전쟁 때문에 먼지처럼 태양계에서 사라졌을’ 수 있어요.



(5만 년 전 월인이 남긴 수첩에 적힌 글) 미네르바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모든 일이 있고 나서 우리 자손들은 밝은 태양 아래에서 살 수 있을까. 만약 살아남는다면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이해를 해 줄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공장이나 광산, 군대에서의 삶이 아닌 좀더 의미 있는 삶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른다. 우리는 그 이외의 삶을 알지 못한 채 지냈다. (226쪽)



  책을 읽다가 한동안 덮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책에 흐르는 ‘5만 해 앞서 지구 아닌 다른 별에 있었던 엄청난 문명’ 못지않게 오늘날 이 지구를 이루는 문명도 전쟁무기를 어마어마하게 갖추었습니다. 지구에서 여러 나라가 갖춘 전쟁무기는 지구라는 별을 수없이 터뜨리고도 남을 만하다고 해요. 그런데 전쟁무기를 새로 갖추거나 만드는 몸짓을 멈추지 않아요. 아직도 이 지구에서 수많은 나라는(한국을 비롯해서) 전쟁무기를 더 끔찍하고 더 세게 만드는 데에 끝없는 돈을 바쳐요.


  《별의 계승자》에 나오는 ‘5만 해 앞서 죽은 사람’이 남긴 수첩에 적힌 글을 ‘지구 과학자’가 몇 해에 걸쳐서 파고든 끝에 찬찬히 읽어 낸다고 합니다. 달에서 숨을 거둔 옛사람이 남긴 수첩에는 그즈음 사람들(오늘날 지구사람한테 조상이 될 사람)은 ‘살아가는 참다운 뜻’을 하나도 몰랐다고 털어놓아요. 공장, 광산, 군대 이 세 가지 굴레에서만 맴돌았다고 털어놓아요.



과거의 그 자신은 미래의 자신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그는 멈추지 않고 앞만 보고 왔지만 언제나 현재는 과거의 모습에서 앞으로 될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이었다. (284쪽)


의식의 심층부로부터 한순간 표면으로 나왔던 오솔길은 다시 막혔다. 환영은 노출되었고 모순은 해소되었다. 자명한 이치를, 그것도 인류 역사 이전부터 있었던 진실을 누가 의심하려고 했을까. (287쪽)



  이야기책 《별의 계승자》에 흐르는 이야기는 수수께끼로 가득하지만 수수께끼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들은 5만 해 앞서 옛사람이 하던 짓하고 비슷하거나 똑같은 짓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5만 해 앞서 옛사람이 바보스러운 전쟁으로 스스로 별을 깨뜨려서 모조리 죽음 수렁으로 빠져들었듯이, 이 지구라는 별마저 깨뜨려서 몽땅 죽음 구덩이로 빠져들 수 있어요.


  그러나 그야말로 모든 사람이 죽음 수렁이나 구덩이로 빠져들더라도 오직 한두 사람이 가까스로 살아남아서 다른 별로 빠져나갈 수 있을는지 모르지요. 그래서 그 한두 사람이 발판이 되어 다시 5만 해에 이르는 ‘진화 과정’을 거쳐서 태양계 다른 별에서 ‘사람 문명과 문화’가 태어날 수 있겠지요.


  참말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알 길이 없어요. 지구라는 별이 깨지면서 다른 별이 태양계에서 ‘사람이 살 만한 별’로 바뀔 수 있어요. 지구에서 달로 가까스로 빠져나간 뒤에, 이 달이 태양계를 벗어나서 다른 은하에서 ‘사람이 살 만한 별’에 가 닿을 수 있어요.


  어떤 앞날이 우리한테 찾아오든 우리가 생각할 대목은 한 가지이지 싶어요. 오늘 우리한테 이 별을 이어준 옛사람은 ‘죽어 가던 그 자리’에서 ‘아이들한테 전쟁과 군대는 물려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깨달아요.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은 아직 아이들한테 전쟁과 군대를 물려주고, 또 쳇바퀴처럼 맴도는 굴레를 자꾸 물려주고 말아요.



지구의 녹색 산하와 푸른 바다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요소가 아니었으며 다만 한때 현실이었던 흔적에 불과했다. 헌트는 현실이란 잠시 떠났다가 돌아갈 수 있는 절대적인 곳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그에게 유일한 현실은 우주선이고, 일시적이지만 그가 남기고 온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 머지않아 인류는 심연을 향해 뱃머리를 돌리고 은하들 사이로 나아갈 것이다. 안도감을 주는 태양도, 별도 없다. 은하계는 무한한 공간 속 흐릿한 그림자와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258∼259쪽)



  이 지구에서 아이들이 어른한테서 물려받았으면 하는 아름다운 것을 헤아려 봅니다. 이 지구에서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아름다운 것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이루는 엄청난 과학기술과 문명과 문화를 ‘전쟁무기와 군대’에 쓸 노릇인지, 아니면 그 대단한 과학기술과 문명과 문화로 ‘지구라는 별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는 살림’에 쓸 노릇인지 곰곰이 되뇌어 봅니다. 2016.8.19.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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