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을 섞는 글쓰기



  큰아이가 종이접기를 하다가 잘 안 된다면서 짜증을 부린다. 큰아이를 지켜보니 이 더위에 짜증이 샘솟는가 보다. 여태 잘 하던 종이접기가 안 될 까닭이 없으니 아침을 지나 낮이 되는 가장 더울 때에 아무래도 머리가 지끈거리는구나 싶다. “벼리야, 안 될 때에 억지로 하면 안 돼. 안 되면 쉬었다가 나중에 하면 돼. 날이 더우니 빨래터에 가서 놀고 와. 시원하게 놀고 오면 그때에는 잘 될 테니까.” 큰아이는 입술을 비죽 내밀면서 ‘왜 종이접기를 안 도와주느냐’며 툴툴거렸지만 장난감을 챙겨 빨래터로 간다. 두 아이는 빨래터에서 한낮 세 시간 가까이 놀았다. 한두 시간은 가볍게 놀기도 하지만 세 시간이나 노네. 이토록 더운 날씨였다는 뜻일 테지. 빨래터 물놀이를 마친 작은아이는 샛밥을 먹자마자 곯아떨어졌고, 큰아이는 마루에 누워서 자는 둥 마는 둥하다가 다시 종이접기를 하는데 아침에 안 되던 종이접기를 거뜬히 해낸다. “벼리야, 몸을 시원하게 해 주고 잘 놀고 난 뒤이니 종이접기가 잘 되지? 짜증을 내는 마음이 되면 뭘 해도 안 되기 마련이야. 다른 때에 잘 되더라도 마음에 짜증이 생기면 참말 아무것도 안 돼.” 큰아이가 오늘 한 가지를 새롭게 배웠기를 빈다. 나도 아이들하고 나란히 새롭게 한 가지를 익혀서 몸뿐 아니라 마음에 아로새기자고 다짐한다. 2016.8.1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글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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