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고 새로 쓰는 글



  공부를 하다가 어느 한 대목에서 막힐 때가 있다. 이때에 이 막히는 곳을 풀 때까지 붙잡을 수 있으나, 막히는 곳은 살짝 뒤로 미룰 수 있다. 아무래도 오래 걸리는구나 싶어서 나중에 느긋하게 다시 살피자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에 ‘한 가지라도 막히면 못마땅해서 끝까지 풀고서야 지나가겠다’고 여길 수 있고, ‘한 가지 막히는 곳보다 다른 뚫리는 곳을 차근차근 살피는 동안 마음을 차분하게 추스르고서 홀가분하게 다시 보겠다’고 여길 수 있다. 나는 어느 쪽일까 하고 돌아보니, 때로는 끝까지 하나를 풀려 하기도 하고, 때로는 막히는 곳을 가볍게 잊고 지나간 뒤에 나중에 하기도 한다.


  끝까지 하나를 풀려고 할 적에는 마음에 아쉬움이나 앙금이 남지 않는다. 막히는 곳은 나중에 하자고 여기면, 다른 곳을 먼저 풀고서 ‘막히는 곳으로 돌아올 적’에 ‘다른 곳을 푸는 동안 내 마음이나 생각이 새롭게 자라’서 ‘막히는 곳을 여러모로 더 넓거나 깊게 바라볼’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글을 쓸 적에는 으레 이 두 가지를 알맞게 나누어서 해 본다. 때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씩씩하게 쓰려 한다. 때로는 ‘막히는 곳’은 지나간 뒤에 다른 곳을 먼저 쓰고서 ‘막히는 곳’은 나중에 써 본다. 2016.8.9.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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