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더 많은 책이 아닌

 


  더 많은 책을 읽었으면, 말 그대로 더 많은 책을 읽었을 뿐입니다. 책을 몇 권 안 읽었으면, 말 그대로 책을 몇 권 안 읽었을 뿐입니다. 책을 더 많이 읽었기에 더 훌륭해지지 않습니다. 책을 몇 권 안 읽었기에 안 훌륭하지 않습니다. 책에 서린 숨결을 읽으면서 이러한 숨결을 내 삶으로 맞아들여 기쁘게 새로운 꿈을 짓는 노래로 거듭날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어마어마한 책을 날마다 읽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이책만 책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고 해서 자기계발이 되지 않아요. 스스로 살림을 새롭게 짓는 몸짓일 적에 비로소 ‘자기계발’입니다. 인문책을 읽는다고 해서 인문 지식을 쌓지 않아요. ‘인문 지식’이란 스스로 삶을 지어서 살림을 가꿀 줄 아는 몸짓이에요. 책으로 쌓는 지식은 그저 책 지식일 뿐이에요. 아이하고 오랫동안 지내 보았기에 아이를 슬기롭게 돌보거나 따스하게 사랑할 줄 알지 않습니다. 아이를 슬기롭게 돌볼 줄 아는 마음일 적에 비로소 슬기로운 어버이입니다. 아이를 따스히 사랑할 적에 비로소 사랑스러운 어른입니다. 언제나, 더 많은 책이 아닙니다. 더 많은 책으로는 늘 ‘더 많은 책’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그칩니다. 우리는 ‘더 많은 책’도 ‘더 많은 돈’도 아닌 ‘즐거운 사랑’과 ‘즐거운 이야기’와 ‘즐거운 돈’과 ‘즐거운 웃음’으로 오늘 하루를 즐겁게 노래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한손에 책을 쥐었다면 다른 한손에는 호미를 쥐어요. 한손에 책을 들었다면 다른 한손에는 부엌칼을 들어요. 한손에 책을 집었다면 다른 한손에는 아이들 손을 살며시 어루만져요. 2016.7.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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