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저지 沮止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었다 → 경찰이 막아서 못했다

 저지를 당한 군중들 → 길이 막힌 사람들 / 가다가 막힌 사람들

 계획이 저지되다 → 계획이 막히다 / 계획이 틀어막히다

 어떻게 저지하라는지 → 어떻게 막으라는지


  ‘저지(沮止)’는 “막아서 못하게 함”을 뜻한다 하고, “≒ 저색(沮塞)”처럼 비슷한말이 나오는데, ‘저색’은 “= 저지”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나 ‘저색’ 같은 한자말이 쓸 일이 없지 싶어요. 그리고 한국말로 ‘막다’나 ‘가로막다’나 ‘막아서다’나 ‘틀어막다’를 알맞게 쓰면 됩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는 ‘저지(低地)’를 “지대가 낮은 땅”으로 풀이하면서 싣고, ‘저지(底止)’를 “벌어져 나가던 것이 목적한 곳에 이르러 그침”으로 풀이하며 실으며, ‘저지(猪脂)’를 “= 돼지비계”로 풀이하며 싣습니다. ‘저지(Jersey)’는 “젖소의 한 품종”이라 하고, ‘저지(judge)’는 “운동 경기의 심판원”이라 하면서 싣기도 합니다만, 이들 한자말이나 영어는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지 싶습니다. 낮은 땅은 “낮은 땅”이라 하면 됩니다. ‘底止’는 그야말로 쓸 일이 없고, 돼지비계는 ‘돼지비계’일 뿐이에요. 심판은 ‘심판’일 뿐, 굳이 ‘저지’라는 영어로 가리키지 않아도 됩니다. 2016.7.7.나무.ㅅㄴㄹ



류큐를 일본에서 잘라내어 거기서 구미열강의 진출을 저지시키려는

→ 류큐를 일본에서 잘라내어 거기서 구미열강이 못 들어오게 막으려는

《아라사끼 모리테루/김경자 옮김-오끼나와 이야기》(역사비평사,1998) 51쪽


놈들의 야망을 저지하고 이 나라를 지켜

→ 저놈들 야망을 막고 이 나라를 지켜

→ 놈들 생각을 막아내고 이 나라를 지켜

→ 놈들 꿍꿍이를 틀어막고 이 나라를 지켜

《아라카와 히로무/서현아 옮김-강철의 연금술사 21》(학산문화사,2009) 22쪽


어쩌면 공항을 저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몰라

→ 어쩌면 공항을 막기보다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몰라

→ 어쩌면 공항을 막아서는 일보다 더 큰 일일지도 몰라

《오제 아키라/이기진 옮김-우리 마을 이야기 3》(길찾기,2012) 86쪽


누가 이찌노세의 수상을 저지할 수 있었을까요

→ 누가 이찌노세가 상을 못 타게끔 막을 수 있었을까요

→ 누가 이찌노세가 상을 못 타도록 막아설 수 있었을까요

→ 누가 이찌노세가 상을 못 받도록 막아낼 수 있었을까요

《이시키 마코토/양여명 옮김-피아노의 숲 26》(삼양출판사,2016) 4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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