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하루 동화는 내 친구 69
필리파 피어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헬렌 크레이그 그림 / 논장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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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54



네가 스스로 찾으려 하면 널 도울 수 있어

― 마법 같은 하루

 필리파 피어스 글

 헬렌 크레이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펴냄, 2012.5.16. 9500원



  우리 하루는 늘 마법 같지 않느냐 하고 생각합니다. 내가 마법사인지 아닌지는 모르나, 참으로 우리 하루는 늘 마법과 같구나 하고 느낍니다. 왜 그러하느냐 하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아이들하고 하루 내내 온힘을 다해서 놀고 어울리고 복닥이고 살림하는데, 이리하여 저녁이 되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아이들하고 뒤섞여서 곯아떨어지는데, 밤이 흐르고 새벽이 되면 언제나처럼 새로운 몸이 되어 눈을 번쩍 뜨거든요. 엊저녁만 해도 손끝이나 발끝 하나 꼼짝하지 못하던 몸인데, 아침에 멀쩡히 일어나서 다시 새로운 몸짓으로 하루를 짓거든요.



“자, 그럼 누구를,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느냐? 말해 봐라. 나는 ‘찾는 이’니까, 뭔가를 찾는 능력을 지닌 사람 가운데 하나지. 네가 스스로 찾으려고 한다면, 나도 널 도와줄 수 있단다.” (10∼11쪽)


“아무튼, 온세를 찾으려면 녀석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겠어. 녀석에게 어떤 버릇이 있는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뭘 잘 먹는지, 그런 것들을 말해 줘. 뭐든지 도움이 되니까.” (29쪽)



  필리파 피어스 님이 글을 쓰고, 헬렌 크레이그 님이 살가이 그림을 넣은 《마법 같은 하루》(논장,2012)를 읽습니다. 어딘가 수수께끼 같은 어린이문학입니다. 무엇이 수수께끼 같은가 하면, 이 책에 나오는 ‘찾는 이’라는 사람이 바로 수수께끼입니다. 이 사람 ‘찾는 이’는 무엇이든 찾아 주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다만 한 가지가 있어야 찾아 준다고 해요.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스스로 찾으려고 온마음을 기울일 적에 이녁도 비로소 도와줄 수 있다고 해요.


  이야기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찾는 이’가 도와주기에 이 책에 나오는 아이는 ‘잃은 개’를 찾을 수 있기도 했을 테지만, ‘찾는 이’가 도와주지 않았어도 아이가 이토록 온마음을 기울여서 찾으려고 애를 썼으니 어쩌면 아이 스스로 개를 찾는 기쁨을 누리지 않았을까 하고요.



“차라리 들판에 사는 새들이랑 이야기하는 게 낫지. 방금 다람쥐도 한 마리 봤고. 다람쥐도 얘기해 볼 만해. 두더지 굴도 있던데, 글쎄, 두더지들은 혼자서만 지내니까, 역시, 어렵겠지.” “그 말은…… 새나 다람쥐한테 온세를 봤냐고 물어볼 거란 거예요?” (33쪽)



  이야기책에 나오는 ‘찾는 이’는 아이한테 자꾸 묻습니다. 아이가 잃은 개는 어떠하며, 생김새뿐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가를 묻습니다. 개는 어떻게 돌아다니고 아이는 개하고 어떻게 지냈는가를 낱낱이 물어요. 아이는 ‘찾는 이’가 묻는 말에 늘 곧바로 낱낱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리하여 ‘찾는 이’는 퍽 수월하게 개 발자취를 좇았고, 마침내 개가 어디로 갔는가를 알아내요.


  ‘찾는 이’는 아이한테 개가 돌아가도록 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두 번 다시 아이 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찾는 이’는 참말로 아이 앞에 나타났을까요? ‘찾는 이’는 아이랑 아이네 두 할머니 앞에 참말로 나타났을까요?


  뚜렷하게 남은 자국은 없더라도 ‘찾는 이’는 아이하고 할머니 삶에 살며시 다가왔습니다. 그분은 아이하고 할머니한테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눈길’을 일깨워 주었어요.



“더 이야기해 보렴. 온세가 어떤 개인지 말해 봐.” 그래서 틸은 온세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어요. 자그마한 몸집과 털 색깔, 털을 쓰다듬을 때의 느낌과 벨벳처럼 보드라운 귀의 감촉을. 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꼬리를 어떻게 흔드는지, 들판에서 색다른 냄새가 나면 호기심이 생겨 부드럽고 촉촉한 검은 코끝을 씰룩이던 모습을. (47쪽)



  우리 집에서 우리 아이들이 뭔가를 잃어버렸다면서 울곤 합니다. 아이들은 어느 한 가지를 갖고 놀다가도 으레 그대로 둔 채 다른 것을 갖고 놀아요. 이러다 보면 처음 갖고 놀던 것을 어디에 두었는지 감쪽같이 잊지요. 이것저것 만지고 놀다가 모두 아무 데에나 두면 그야말로 뭐가 어디에 있는지 뒤죽박죽이 되어 아무것도 못 찾기도 합니다.


  이때에 어버이로서 어떻게 아이를 마주하느냐에 따라서 아이 모습이 달라져요. 아이한테 윽박지르면, 이를테면 “네가 어지럽혔으니 못 찾지!” 하고 나무라기만 하면, 아이는 괜히 말을 꺼냈다는 생각을 할 만하고, 잃은 것도 더 찾기 어렵습니다. 이때에 아이를 살살 달래면서 “언제 어디에서 갖고 놀았니?” 하고 차근차근 실마리를 풀어 보려고 하면, 아이는 어느새 스스로 수수께끼를 풀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수수께끼 풀기는 ‘잃은 것 찾기’에서뿐 아니라 다른 모든 자리에서도 도움이 돼요. 이를테면, “하늘은 왜 파래?”라든지 “바람은 왜 불어?”라든지 “개미는 왜 작아?” 같은 물음을 들은 뒤에 아이한테 차근차근 천천히 낱낱이 하나씩 되물을 만해요. “그래, 하늘은 왜 파랄까?”라든지 “그래, 바람은 왜 불까?”라든지 “그래, 개미는 왜 작을까?” 하고 되물어 보셔요.



찾는 이가 말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네가 진짜로 보기는 했지만, 네가 본 게 진짜는 아니야. 내가 마음의 눈으로 상상 속에서 본 장면을 너한테 보여준 거지. 그리고 내가 상상 속에서 그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건 네가 설명을 아주 잘 해 준 덕분이고. 그래서 내가 그 장면을 볼 수 있었고, 너는 내가 보는 자연을 본 거야. 그뿐이야.” (52쪽)



  어린이문학 《마법 같은 하루》는 그야말로 마법처럼 흐른 하루를 들려줍니다. 이 마법 같은 하루는 ‘찾는 이’라는 놀라운 사람이 있어서 눈부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찾는 이’는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스스로 찾으려 하지 않으면 도와주지 못한다고 하니까, 개를 잃은 아이가 스스로 찾으려 한 몸짓이 개를 찾은 몸짓이 되었다고 할 만해요. 아이가 스스로 눈부시다고 해야 할까요.


  필리파 피어스 님은 아주 부드럽게 아주 상냥하게 아주 사랑스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누가 잘못했고 잘못 안 했고’를 따지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를 따사로이 알려줍니다.


  그냥 찾으면 돼요. 즐겁게 찾으면 돼요. 반드시 우리한테 돌아오니까요. 반드시 궁금함을 풀 수 있으니까요.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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