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글쓰기
어젯밤에 잠자리에 아이들보다 먼저 드러누우며 생각했다. 이렇게 몸이 고단해서 어떡하나 싶으면서도 아침에는 멀쩡히 깔끔하게 털고 일어난다. 하루 내내 아이들하고 함께 모든 것을 하다 보니 아이들한테 쏟는 기운은 밤이 되면 밑바닥이 되는데, 이렇게 모든 기운을 남김없이 아낌없이 거리낌없이 쏟아붓기 때문에, 어느 모로 보면 ‘버린다’고 할 만큼 기운을 쓰기 때문에 이튿날 더욱 튼튼하게 새로운 몸으로 일어날 만하지 싶다. 내 글쓰기도 늘 이와 같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내가 써서 책으로 싣든 누리사랑방에 올리든 그 글은 이제 내 글이 아니다. 내 곁을 떠났대서 ‘내 글이 아닐’ 수 없지만, 또 저작권이나 뭐가 나한테 없다고 할 수 없을 테지만, 나는 내가 써서 보낸 글은 ‘이제 더는 떠올리지 않는’다. 그저 모두 남김없이 훌훌 털듯이, 버리듯이, 내 마음속에서 내려놓는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새로운 글을 그야말로 새롭게 쓸 수 있다. 하루 동안 아이들한테 온힘을 쏟아붓고서 한 방울조차 남기지 않을 때에 늘 새로운 어버이로 다시 태어나듯이, 글쓰기도 글씨 하나조차 내 것으로 남기지 않으면서 늘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다고 느낀다.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