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 62. 비슷한말, 같은말, 다른말
― 저마다 즐겁게 쓰는 말
한국말사전에는 ‘비슷한말’이 올림말로 나옵니다. 다만 이 낱말은 올림말로 나오되 ‘같은말’이나 ‘다른말’은 아직 올림말로 나오지 않습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한자로 된 올림말’로는 ‘유의어(類義語)·동의어(同義語)·반의어(反義語)’가 있어요. 이밖에 ‘유어’와 ‘대어·대의어·상대어’ 같은 올림말도 나옵니다.
이 대목에서 곰곰이 헤아려 볼 노릇입니다. 한자로 엮은 ‘유의어’하고 ‘유어’는 올림말로 다룹니다. ‘반의어’에다가 ‘대어·대의어·상대어’까지 올림말로 다루고요. 이러면서 한국말로 쉽게 알아들을 만한 ‘같은말’이나 ‘다른말’은 올림말로 안 다루지요. 이밖에 ‘닮은말’도 올림말로 안 다루고요. 한국말을 다루는 사전이 너무 좁다고 할 만합니다.
제가 낸 책은 어떤 사전일까요? 말 그대로 비슷한말 사전입니다. ‘동의어 사전’이 아니지요. 저는 ‘같은말(← 동의어)’이 아니라 ‘비슷한말(← 유의어)’을 다루는 사전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를 잘못 헤아린 나머지 동의어 사전이라고 말씀하는 분이 있습니다.
‘비슷한말’이라는 낱말은 사람들이 워낙 널리 쓰기 때문에 사전에 올림말로 실릴 만합니다. 그리고 다른 낱말, 이를테면 ‘같은말’이나 ‘다른말’도 사람들이 널리 쓰니, 이런 낱말도 머잖아 올림말이 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사람들이 알맞게 살리고 즐겁게 살리며 아름답게 살리는 말이라면, 바로 이러한 낱말을 학자가 잘 알아채면서 사전에 담을 수 있으면 좋을 테고요.
여기에서 더 헤아려 본다면, ‘비슷한말’이라는 낱말을 즐겁게 쓸 수 있듯이 ‘비슷한책’이나 ‘비슷한노래’나 ‘비슷한꿈’이나 ‘비슷한삶’이나 ‘비슷한글’ 같은 낱말도 재미나게 지어 볼 만합니다. ‘닮은-’을 앞가지로 삼아서 새 낱말을 지어 볼 수도 있어요. ‘닮은-’을 앞가지로 삼은 낱말로는 ‘닮은꼴’이 있어요. 이밖에 ‘닮은얼굴’이나 ‘닮은사람’이나 ‘닮은글’이나 ‘닮은일’이나 ‘닮은곳’ 같은 낱말도 얼마든지 쓸 만하리라 느껴요.
생각을 담는 그릇이 말이에요. 생각을 살찌우거나 북돋우도록 새로운 말을 넉넉히 지을 수 있는 기틀을 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굳은 틀에 갇히는 말이 아니라, 야무지고 튼튼하면서 너른 품으로 어루만지는 슬기로운 기틀이 설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서로 ‘비슷한마음·비슷한생각’이나 ‘닮은마음·닮은생각’이 되곤 합니다. ‘한마음’이나 ‘한뜻’이 되기도 하지만, 꼭 같은 마음인 한마음까지는 아니되, 서로 많이 비슷하다면 ‘비슷한마음’이 되지요. 어쩌면 이렇게 같다고 할 만한 모습일까 싶으면 ‘닮은마음’이고요.
저마다 즐겁게 쓸 수 있는 말일 때에 저마다 즐겁게 가꿀 수 있는 생각입니다. 말도 생각도 삶도 모두 즐겁게 가꾸면서 너른 사랑과 꿈이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6.2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