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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PE (1disc)
볼프강 라이트만 감독, 필 해리스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 디브이디는 아직 안 나왔기에 다른 만화영화에다가 이 글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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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정글북)
The Jungle Book, 2016
디즈니 만화영화를 바탕으로 새로 나온 영화 〈정글북〉을 아이들하고 보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 영화를 ‘글(책)’로 제대로 본 적이 없구나 하고요. 어릴 적에 디즈니 만화영화를 퍽 자주 텔레비전에서 보기는 했으되 그무렵에도 이 이야기를 책으로 읽을 생각은 거의 못했다고 깨닫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는 마땅한 동화책이 없기도 했고, 그무렵 나온 해적판 같은 어린이책은 디즈니 만화영화를 간추린 책이기 일쑤였습니다. 이제서야 《정글북》이라는 이야기를 오롯이 옮긴 책을 찾아서 읽으니, 책하고 영화는 꽤 다릅니다. 모글리가 사람 사는 마을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대목도 크게 다를 뿐 아니라, 모글리가 범을 어떻게 죽이는가 하는 대목도 너무 크게 다릅니다. 이밖에 암늑대가 범한테 어떤 말로 윽박지르면서 모글리(‘새끼 개구리’라는 뜻으로 암늑대가 붙여 준 이름)를 지키고 보살폈는가 하는 이야기도 영화에는 안 나옵니다.
2016년 새 영화 〈정글북〉을 보고 나서 ‘책을 쓴 사람들이 이녁 책이 영화로 나오는 일을 무척 안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이기 때문에 책을 고스란히 옮길 수 없는 노릇이에요. 영화는 영화대로 새롭게 살려서 들려줄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디즈니 영화 〈정글북〉을 보면 이 영화에 나오는 여러 짐승이 곧잘 춤노래를 즐깁니다. 모글리라는 아이 앞에서 춤노래를 보여주지요. 어릴 적에는 이런 대목이 퍽 시큰둥했는데, 이제 어른이 되어 아이들하고 이런 영화를 보면서 마주하는 춤노래를 다시 보니, 영화에서 흐르는 춤노래는 영화를 더욱 재미나거나 맛깔스럽게 해 주는 추임새로구나 싶습니다. 이러면서 이야기에 더 깊이 빠져들도록 돕지요.
아무튼 2016년에 새로 나온 영화 〈정글북〉을 보는 내내 예전 디즈니 만화영화가 새록새록 떠올라서 예전 만화영화도 찾아서 함께 보았습니다. 두 가지를 보면서, 아니 2016년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에 나오는 짐승들 몸짓이나 움직임이나 발걸음이 무척 어설프다고 느꼈습니다. 모글리도 ‘숲에서 걷는 걸음걸이’가 몹시 엉성하다고 느꼈어요. 맨손에 맨발인데 어쩐지 홀가분하지(자유롭지) 않다고 할까요. 무엇보다도 ‘늑대’와 ‘늑대 무리’ 살림을 더 잘 살리지 못했구나 싶어서 이런 대목을 아쉽다고 느낍니다. 참말로 사람들은 들짐승이나 숲짐승도 잘 모르지만, 이 가운데 늑대는 더더욱 잘 모르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나도 늑대 이야기를 ‘책’으로밖에 알 길이 없습니다만, 아무 연장이 없이 오직 맨몸으로 숲에서 지내는 살림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참말 숲에서 혼자 살며 짐승들 말을 알아듣는다’면 무엇을 할까 하고 되돌아보았어요. 나는 곰이나 늑대 말만 알아들을까요? 나무나 벌레나 꽃하고는 말을 섞지 못할까요? 숲에서 살며 숲을 배우고 숲을 사랑할 수 있는 살림이 된다면, 나는 숲에서 어떻게 삶을 지을 만할까요?
빼어난 화면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일도 틀림없이 뜻이 있을 테지만, ‘화면’에 마음을 쓰듯이 ‘화면으로 담으려는 이야기’에 조금 더 마음을 쓸 수 있다면 〈정글북〉은 더욱 훌륭한 영화가 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른바 ‘원작’이 밝히는 속뜻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이야기를 새롭게 살려 준다면 더욱 눈부실 테지요.
‘숲아이’는 ‘숲책(숲이라는 책)’을 늘 온몸으로 배우는 ‘숲살림’으로 하루하루 자라면서 ‘숲사랑’을 배웁니다. 숲아이가 ‘숲사람’으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바로 《정글북》이라는 책이 다루는 줄거리요, 이 줄거리를 놓친다면, 2016년 디즈니 영화는 그저 ‘화면’ 놀음 얼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느낍니다. 2016.6.2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영화읽기/영화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