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위니의 요술 지팡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119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김중철 옮김 / 비룡소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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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을 부릴까, 웃음을 터뜨릴까

― 마녀 위니의 요술 지팡이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김중철 옮김

 비룡소 펴냄, 2004.3.5.



  허둥지둥 서둘러서 잘 되는 일이란 없다고 느껴요. 허둥지둥 서둘러 본 뒤에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든 생각입니다. 빨리빨리 다그쳐서 잘 되는 일이란 없구나 싶어요. 빨리빨리 다그칠 적에 어떤 일이 생기는가를 지켜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마구 닦달하든가 앞뒤를 재지 않고 덤빌 적에도 잘 되는 일이 없지 싶어요. 아주 작은 일조차 찬찬히 생각하고 가만히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잘 될 수 있지 싶습니다.



옷, 잠옷, 긴 양말 들을 꺼내어 빨랫줄에 널었어요. 그런데 그만, 요술 지팡이까지 빨아 버렸지 뭐예요. 이런! 마녀 위니가 말했어요. “그래도 주문은 잘 될 거야…….” (6∼7쪽)



  밸러리 토머스 님이 글을 쓰고, 코키 폴 님이 그림을 그린 《마녀 위니의 요술 지팡이》(비룡소,2004)를 읽으면서 새삼스레 ‘허둥지둥’이나 ‘빨리빨리’를 헤아려 봅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마녀 위니는 어느 날 ‘요술 잔치’에 주인공으로 나가야 하는 일 때문에 그만 허둥지둥 서둘렀어요. 허둥지둥 서두르다 보니 잔칫날 입을 옷에 뭔가를 흘려서 얼룩이 졌지요. 얼룩이 진 옷은 허둥지둥 서두른 마녀 위니가 스스로 일으킨 일이지만, 스스로 이런 일을 일으키고도 스스로 짜증을 내요.


  부랴부랴 빨리빨리 옷을 빨래하려고 세탁기에 집어넣는데, 또 앞뒤를 재지 않고 마구 빨래를 하려다 보니 ‘요술 지팡이’까지 세탁기에 넣었답니다. 참말로 모든 일마다 말썽투성이라고 할 만해요. 느긋하지 못하고, 차분하지 못하니까 말이지요.



고양이 윌버가 막 모퉁이를 돌자 작은 가게가 보였어요. 가게 창문 앞에는 지팡이로 가득 찬 커다란 통이 놓여 있었지요. 윌버는 지팡이 한 개를 얼른 집어 들고서 집으로 서둘러 달려갔어요. (18쪽)



  그런데 이런 허둥지둥 말썽이 그림책에 나오는 마녀 위니한테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나도 이 같은 허둥지둥 말썽을 곧잘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런 바보스러운 짓은 그만두자고 생각해도 또 어떤 일이 닥치면 부랴부랴 빨리빨리 끝내려 하면서 또 엉성한 모습이 되곤 해요.


  그림책 《마녀 위니의 요술 지팡이》를 보면, 마녀 위니하고 함께 지내는 고양이 윌버도 새로운 말썽을 하나 일으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말썽을 일으킬 생각은 아니었어요. 고양이 윌버는 저랑 같이 지내는 마녀 위니가 ‘세탁기에 함께 집어넣은 탓에 망가진 요술 지팡이’를 놓고 근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녀 위니한테 새 지팡이를 마련해 주자고 생각해요.


  다만 고양이 윌버는 요술 지팡이를 어떻게 짓는가를 잘 모릅니다. 겉모습만 비슷해 보이는 지팡이를 마을 가게에서 하나 주워 오지요.



“위니, 아주 멋진 장난이야! 그 지팡이는 어디서 났니?” 마녀 위니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웃기만 했어요. 그건 고양이 윌버도 마찬가지였지요. (25쪽)



  고양이 윌버가 마녀 위니한테 마련해 준 지팡이는 ‘장난감 지팡이’입니다. ‘요술 지팡이’가 아니에요. 마녀 위니는 ‘어떤 지팡이’라 하더라도 요술 주문만 외우면 모두 똑같으리라 생각하는데, 막상 요술 잔치에 가서 요술을 부리려니 먹통입니다. 요술 잔치에 모인 수많은 마녀들은 위니가 보여주는 ‘요술 아닌 우스개’를 보고는 처음에는 아무 말을 않다가 나중에는 위니가 ‘재미 삼아서 장난을 보여주는구나’ 하고 여기면서 깔깔깔 웃음을 터뜨립니다. 마녀가 요술을 부리는 일이란 너무 흔하고 쉬우니, 이 잔칫날에 ‘새로운 놀이’로 웃음을 베풀려 했다고 여긴 셈이라고 할까요.


  그림책을 덮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위니는 요술 잔치에서 요술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위니는 요술 잔치에서 웃음을 베풀어 주었어요. 위니가 처음부터 차분히 하나씩 느긋하게 일을 벌였다면 요술 잔치에서도 느긋하게 하나씩 차분히 요술 솜씨를 보여주었을 테지요. 위니는 처음부터 서두르기만 했고, 고양이 윌버도 위니하고 똑같이 앞뒤를 안 재고 서두르기만 했어요. 둘은 똑같은 모습이 됩니다.


  이처럼 어버이인 내가 서두르면 아이들도 서두르는 몸짓이 되고 맙니다. 이처럼 어버이인 내가 차분하면서 얌전하면 아이들도 차분하면서 얌전할 테지요.


  여기에서 하나를 더 생각해 본다면, 잘못을 저지르든 말썽을 피우든, 이 모두는 웃음꽃으로 즐겁게 넘길 수 있어요. 웃음은 모든 일을 따사로이 덮어주거나 감싸안는 멋진 몸짓이지 싶어요. 어버이인 내가 잘못을 해도, 아이들이 말썽을 피워도, 이를 따사로운 웃음으로 어루만질 수 있다면, 우리 살림은 재미난 이야기가 흐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2016.6.2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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