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가 따뜻해졌다 문학동네 동시집 20
오인태 지음, 박지은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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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83



혼자서 집 보는 아이가 마음으로 짓는 꿈

― 돌멩이가 따뜻해졌다

 오인태 글

 박지은 그림

 문학동네 펴냄, 2012.3.30. 8500원



  작은아이는 마실길에 돌멩이를 줍는 일이 드뭅니다. 큰아이는 마실길에 으레 땅바닥을 살피면서 돌멩이를 주우려 합니다. 큰아이는 때때로 소리를 칩니다. “와! 예쁜 돌이다!”라든지 “아버지! 여기 봐요! 사랑돌이에요!” 하고 외치지요.


  큰아이가 외치는 ‘사랑돌’은 돌멩이가 꼭 사랑 무늬(♥) 같대서 사랑돌입니다. 돌멩이가 이런 무늬로 있기는 쉽지 않을 텐데 큰아이 눈에는 가끔 나타납니다. 대여섯 달에 한 번쯤 나타나지요.


  돌멩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지켜보노라면, 돌멩이를 몹시 좋아하던 내 어릴 적 모습이 떠오릅니다. 나도 어릴 적에 늘 땅바닥을 살피면서 예쁘거나 멋진 돌멩이를 모으고 싶었습니다. 내 주머니는 돌멩이로 늘 불룩했어요. 물로 깨끗이 씻고 늘 손으로 만지작거리니, 주머니에 든 돌은 반들반들해지지요. 돌멩이를 손에 쥐면 이 돌멩이가 살아온 기나긴 숨결이 마치 내 몸으로 스며드는 듯하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한 시, 두 시, 세 시 넘어도 / 식구들은 아무도 오지 않고 // 혼자서 집 보는 날 // 몰랐다 / 우리 집이 이렇게 넓은 줄을 (혼자서 집 보는 날)


딩동! / 아무도 없는 줄 알면서 // 되도록 천천히 열쇠를 넣고 돌리자 / 철컥! // 또 아무도 없구나! (아파트 문 열기)



  오인태 님 동시집 《돌멩이가 따뜻해졌다》(문학동네,2012)를 읽습니다. 이 동시집에는 외롭거나 쓸쓸한 도시 아이들이 나옵니다. 아파트에서 혼자 집 보는 아이라든지, 집에 혼자 가서 열쇠를 혼자 따는 아이가 나와요.


  이 아이는 어느 때에는 외롭거나 쓸쓸한데, 어느 때에는 마음이 아픕니다. 때가 어느 때인데 어떻게 아직 이런 일이 있겠느냐고 할 만한 ‘푸대접’에 마음이 멍드는 아이가 되기도 해요. 이를테면 오빠하고 저(가시내)를 가르는 어머니 모습 때문에 멍드는 아이입니다.



우리 엄만 / 내가 크레파스 산다 하면 / 벌써 다 썼니? / 운동화 산다 하면 / 조금 더 신어라 / 천 언짜리만 달랑 내보이시면서 // 오빠는 / 말도 안 하는데 / 아직도 그 책이니? / 학원비 낼 때 되지 않았니? / 몇만 원 몇십만 원도 / 쑥쑥 내주신다. (엄마 지갑)



  외롭거나 쓸쓸한 아이는 모처럼 어머니하고 집에 있어도 마음이 멍들어요. 그런데 이 아이는 학교에서도 마음에 멍이 들고 말아요.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아이 마음을 읽어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틀에 박힌 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이끌려고 하면서, 아이들은 꿈날개를 펴지 못하고 말아요. 교과서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이끌어야 하다 보니, 아이들은 새롭거나 재미난 이야기를 배울 틈이 없기도 해요.



노란색 하늘이 어디 있니? // 미술 시간 / 하늘을 노랗게 칠하다가 / 선생님께 핀잔 들었다. // 조금 전 쉬는 시간 / 창문 너머 하늘을 / 노랗게 덮었던 그건 뭘까? (미술 시간)


어디서 날아온 풀씨 하나와 바위가 / 누가 세나 내기를 했는데 // 석 달 열흘을 꿈쩍 않던 바위가 / 끝내 입을 쫙 벌리며 (바위꽃)



  아이들은 주머니에 돌멩이를 넣고 싶습니다.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면서 놀고 싶습니다. 이 돌멩이로 땅바닥에 금을 그으면서 뜀뛰기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돌멩이를 던져서 톡톡 쓰러뜨리는 돌치기(비석치기)를 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모래바닥에 작은 돌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놀고 싶은 아이입니다. 꿈꾸고 싶은 아이입니다. 사랑받고 싶은 아이요, 사랑하고 싶은 아이예요. 이 아이들을 꾸밈없이 바라보아 줄 수 있을까요? 이 아이들을 가없는 마음으로 넉넉히 안아 줄 수 있을까요?



땅콩 한 알에는 / 땅콩 한 포기의 눈이 있다 // 밤 한 톨에는 / 밤나무 한 그루의 눈이 있다 (눈이 마주칠 때)



  마음에 있는 눈을 뜰 때에 아이들을 꾸밈없이 바라볼 수 있지 싶어요. 마음으로 아이들을 마주할 적에 비로소 사랑스러운 눈길이 될 만하지 싶어요.


  파란 하늘도 노란 하늘도 빨간 하늘도 모두 바라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파란 마음도 되고 노란 마음이나 빨간 마음도 되면서 어깨동무를 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땅콩 한 알에 깃든 눈을 바라보아요. 밤나무 한 그루에 서린 눈을 바라보아요. 아이 마음을 바라보고, 어른 마음을 돌아보아요. 서로 즐거운 눈이 되고, 서로 고운 눈이 되기를 바라요. 다 함께 노래하는 눈이 되고, 다 같이 웃음짓는 눈이 되기를 바라요. 2016.6.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동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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